다음 날, 영영은 정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가게를 지켰다. 자신을 그렇게 잡아 놓는 문제의 글귀도 글귀지만 이번엔 그 혜미라는 이상한 아가씨가 찾아왔던 일이 뭔가 불안하게 다가와 밤잠을 또 설쳤다. 그냥 넘기기엔 뭔가 비범하고 대화만 했는데도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는 학생이라 그냥 가게 문을 닫고 오늘만 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이유로 쉰다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고 온종일 열어두면서 그달의 손익분기를 맞춰야 하는 장사인지라 의자에 몸을 맡기고는 떨리는 손으로 카운터 서랍을 열어 재고 목록 표를 바라보았다.
재고 목록 표에 배송되지 않는 재고가 없으면 그날에는 가게를 닫고 현지로 지방으로 내려가 차 재료를 선별해 사들여야 하므로 그는 내심 하나라도 부족한 재료가 있기를 기대했지만 재고 목록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에이!”
실망한 영영이 목록 표를 다시 서랍에 넣으며 탄식을 하고서 의자에 자신의 몸을 맡기자 마자, 밖에서 두 개의 실루엣이 비치며 현관문의 종이 울렸다.
깜짝 놀란 영영이 일어나서 그쪽을 쳐다보자, 건물주인은 평소와는 달리 단정한 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양복을 잘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또 뭐에요?”
안그래도 뒤숭숭한 기분인데다가 피곤함에 찌든 영영의 심드렁한 기색과 표정을 읽었는지 건물 주인은 일부러 더 표정을 밝게 하면서 억지웃음을 짓고는 자신이 데려온 중년의 남자와 함께 영영에게로 다가갔다.
“하하하, 인사드려. 이 분은 유명한 카페 체인점을 운영하는 회사의 본부장님이야.”
“반갑습니다.”
건물 주인의 소개와 함께 본부장이 악수를 청하자 영영은 마지못해 악수하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오셨는지는 아니까, 본론만 말씀하시죠. 통성명할 필요 없이요. 피차 시간 낭비잖아요. 안 그래요?”
건물주인은 최대한 눈치를 보면서 애써 웃으며 넘기려 하였고 본부장은 오히려 여유만만하게 웃었다.
“허허허.”
“하하, 이 친구가요. 좀 쿨한 면이 있어서요. 제가……”
건물주인의 말을 끊은 본부장은 거두절미 하고 손을 들어 말했다.
“차를 잘 끓이신다면서요. 여기서 이야기하며 마시게 고급으로 내어와 주시죠. 물론 그쪽 것까지요.”
영영이 매출은 남겨야 하니까 마지못해 차를 끓이고 우려내 오자, 한 테이블에 세 명이 나란히 앉아서 서로 누군가 먼저 입이 열리길 바라보다가 찾아온 두 사람이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 걸 본 영영이 우선 입을 열었다.
“전 제 가게 그대로 유지 할 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건물 주인은 사색이 되어 본부장의 눈치를 본 뒤, 상당히 떫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가 많이 뜨거우신가 봐요?”
영영이 능청스럽게 묻자 그는 여전히 떫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아냐. 좀 떫어서.”
영영이 일부러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왜 그러세요? 최고급 중에서 잘 고려한 건데 그렇게 떫어요?”
“쓰라릴 만큼 떫어!”
하지만 본부장은 건물 주인과는 다르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가져온 서류가방을 열고서 그 안에 있는 서류 몇 장을 꺼내며 말했다.
“바리스타 경험이 화려하시던데 이런 걸로 재능 썩히시면 안 되지요. 차 맛을 봤는데 차를 이렇게 잘 끊이신다면 커피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아시다시피 카페엔 티 종류도 파니까 카페로 전향하셔서 능력을 발휘하시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사업계획서같은 서류만 간단히 작성해 제출해주시고 저희 체인점으로 갈아타시면 교육을 따로 받으실 필요 없이 인테리어비와 홍보비, 재료비, 기본적 것들은 본사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브랜드야 고객 신뢰도도 높고 이미지야 전국적이니 매출에 크나큰 도움이 될겁니다. 실력과 이곳 입지를 봐서 저희로서는 상당히 좋게 대우해 드리는 겁니다.”
건물주인도 이에 질세라 한 몫 거들면서 말했다.
“이건 자네한테도 기회이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야. 자네도 알지? 상부상조가 상도덕이잖아.”
영영은 백곰 엠블럼이 박힌 서류철을 건네받고 열어서 서류들을 읽어보고는 피식 웃으며 서류를 다시 서류 가방에 넣고 돌려주며 말했다.
“멀쩡히 운영하는 가게 놔두고 거대기업 밑에서 상권유지에 충성하라는 것도 상도덕이랑은 거리가 멀죠. 더구나 이 동네에 카페 체인점이 몇 갠지 아시면서 그러세요. 가뜩이나 메이커는 물론이고 개인 카페 하시는 분들도 힘든 마당에.”
건물 주인은 차를 들이키다가 떫은 표정을 넘어서서 인상을 찡그리고, 본부장은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이 서류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좋은 조건을 제시 했는데 아쉽군요. 이 건물주인 분의 자상함을 봐서 해드린 건데, 그래도 언제든지 저희 문은 열려있으니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길.”
건물 주인이 굽실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본부장이 백곰 엠블럼이 정 중앙에 있는 명함과 2만원을 건네주고 자리를 박차고서 서류 가방을 든 상태로 다른 손으로 영영을 가리키며 건물 주인에게 말했다.
“이 친구 계약한 것이 끝이 나거든 다시 연락 주십시오. 뭐, 나중에 후회하는 일 없게 그 안에 연락 주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저희야 남는 게 시간이니까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종로로 오시죠. 그럼 이만.”
영영은 그가 가게에서 나가자마자 어떻게 할 줄 모르고 우물쭈물하며 거스름돈을 받은 건물 주인에게 태평스럽게 말했다.
“오랜만에 소용없는 짓 하셨네요. 저 이런 것 안 한다니까요.”
속상함이 얼굴에 가득한 건물 주인은 테이블에 본부장이 준 명함을 놔뒀지만 영영이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을 향해 짓는 능글맞은 미소를 보고서는 무척 속이 탔으나 계약 기간 만료까지 압박은 줄 수 있지만 함부로 쫓아내긴 힘들 뿐더러 신용도 있고 사람도 됨됨이가 괜찮은데다가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청년이라 그냥 그가 카페 전문점으로 전향하기를 바랐기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판국이었다.
“어이구, 도대체 그놈의 정이 뭔지, 돈이 뭔지 진짜.” 건물 주인은 답답함에 자신의 가슴을 쳤다.
“아, 새로 들어온 좋은 차 선물로 드릴게요.”
영영은 재료를 모아놓은 통에서 한 차통을 꺼내 건물 주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울화통에 좋아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영영의 그 말에 속이 뒤집히는 건물 주인이었지만 심각한 표정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
“이런 자리 자네가 하던 안 하던 계속 만들 거야. 그동안 자네를 좋게 봐왔었지만 더 이상 좋게 대해주기는 힘들 것 같네, 자네가 포기 못하는 것처럼 나도 포기 못해! 어떤 합법적인 방법을 쓰든 자네가 내가 원하는 쪽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해 볼 거야! 자네가 아무리 고집 부려도, 그래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고 자넨 지고 말거야. 내가 언제까지 자네를 배려하면서 대해 줄 수 있을지 시험하지는 말게.”
정말 화가 났는지 말을 마친 후, 인상을 쓰며 가게를 나가버린 건물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영영은 자신이 집은 차 통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이건 드릴 필요 없겠네.”
그러면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생각을 다시 해 보았다. 손님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가게 경쟁력이 약한 한, 이런 자리가 계속 자신을 찾아올 것이고 본인이 건물 주인이라도 자신의 건물에 더욱 이득 되고 인기 좋은 사업을 놓는 게 당연한 일인지라 결국 이 무림일검의 생명줄은 적자로 인한 폐업뿐 만이 아니라 건물 주인과의 계약기간이라는 사실 앞에서 괜스레 속상해진 영영이 일을 하면 다른 생각이 들겠지 싶어서 차 통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득 아침부터 신경 쓰였던 어제 일이 떠올라 ‘단골이면 단골이지 도와준다는 게 무슨 말일까?’ 또는 ‘많이 팔아줘서 도와주겠다는 소리 같은데 그럼 좋은 거 아닐까?’나 ‘대체 그럼 손길이란 단어를 왜 썼을까.’, ‘그냥 하는 소리 아닐까.’와 같은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에 가득해져 잠깐 멍하니 있다가 뭔가 이상한 촉각과 기분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보니 핸드 드립을 할 때 쓰던 수동형 원두 분쇄기의 손잡이를 자신이 열심히 돌리고 있었고 내용물을 살펴보니 차 통에 있던 말린 오미자들이 가루처럼 곱게 갈려있었다.
“정신 좀 차릴걸, 딴 생각하다 보니 예전 버릇 그대로 나오네.”
영영은 아깝지만, 가루가 된 내용물을 치우고 싱크대로 가서 분쇄기를 깨끗하게 설거지한 후, 물기를 잘 닦아 정리하고서 잡념들을 뿌리칠 겸 현관 문 밖으로 나와 바깥 공기를 마셔보고 문 옆 공룡 모양의 우편함에 삼켜져 있던 고지서들을 꺼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에 고지서 뭉치들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갑자기 그 평화를 깨는 종소리가 울리자, 영영은 깜짝 놀라 현관을 쳐다보았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혜미는 ‘나 지금 정말 피곤하다.’라고 표정으로 선언하는 영영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자판기 아저씨.”
“아, 예.”
영영이 건성으로 인사하자마자 혜미가 자신이 끌고 온 바퀴가 달린 큰 여행용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장사 수입은 좀 있으세요? 오늘도 손님이 별로 안 되시네요.”
“근처에 커피전문점이 많아서 장사가 잘 안되네요.”
그러자 혜미는 묘하게 웃으면서 카운터에 놓인 고지서들을 보며 말했다.
“내셔야 할 것이 많으신 거 같네요,”
영영이 언짢은 표정으로 고지서들을 치우려고 하자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제가 어제 일 하면서 차를 마셔줄 손님이 부족한 영영 씨를 어떻게 도와드릴지 생각을 좀 해봤어요. 기특하죠? 아무리 봐도 이런 가게를 이렇게 한구석에 처박아 둘 순 없는 거 같아서 말이죠.”
그는 혜미의 뜻밖의 말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예?”
“게다가 이렇게 대학과 가까운 좋은 입지의 자리에 다른 일반적 카페들이 주변이 세, 네 군데가 있다지만 전통차라는 주제는 이곳 하나뿐인데 유리한 조건을 따져 봐도 이 지경이라니 그 소신 지키다가 가게 문 닫는 불상사가 나기 전에 제가 좀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영영은 정말로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손님, 그게 무슨?”
혜미가 가져온 여행용 가방 문을 열고 그 안에 든 미술 도구들 몇 개와 필통, 스케치북, 공구들, 젯소 몇 통과 아크릴 물감 세트 여러 개를 꺼내자 영영은 자신의 잠이 덜 깨서 헛것을 보았나 하는 심정으로 펼쳐진 상황을 의심했다.
“뭐예요? 그건?”
“보면 몰라요? 인테리어 하려고요.”
“어디서요?” 영영이 되물었다.
“바로 여기요.” 혜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한번 흔들며 말했다.
영영이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업의 한계 상, 이 '당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를 생각하려고 동공이 움직이던 찰나에 혜미가 필통에서 펜을 꺼내 스케치북의 백지를 피면서 말을 이었다.
“자자, 혼란스러우신 거 아니까요. 일단 이야기를 할 테니 화는 내지 마시고 잘 들어주신 다음 대답해주세요. 자영업을 하시는 개인사업자로서 이 가게는 무엇을 파는 가게죠?”
“전통 한방차요.” 이 여자의 고집을 꺾기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영영이 군소리 없이 대답했다.
“전통 한방차를 파는 가게이니 기호품인 차의 특성상 음식점이나 생필품점 같이 생리적 욕구 충족을 위해 들어올 판매층 확보는 어렵고요." 혜미는 ‘전통 한방차’라는 글씨를 쓰고 다시 영영에게 물었다.
“그래도 한방차카페가 치킨점,피시방,같은 시장에서 '공급과다'상태는 아니죠. 그럼 지금 찾아오시는 손님들 나잇대는 어떠신가요?”
“거의 한 50~60대이시죠.”
“이 가게의 의도했던 주요 매출 대상층은요?”
“진짜 원래는 한 20~30대 정도?”
혜미는 ‘목표 고객:20~30대’라고 쓴 글과 ‘주 고객: 40~50대’라고 쓴 글을 서로 동그라미 치고는 그 사이를 선으로 그으면서 말했다.
“자, 그럼 생각해보죠. 목표시장인 20~30대, 학생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은 왜 카페에 올까요?”
“질 좋은 커피를 마시려고 오겠죠.”
“음, 과연 그것뿐일까요? 40~50대 층도 카페에 오긴 하잖아요.”
“뭐 그 외에도 사람들이랑 만나서 대화할 자리가 필요하겠죠.” 영영이 바로 대답했다.
‘커피’와 ‘대화 장소’를 적은 그녀는 지금까지 적은 것들을 보면서 말했다.
“목표 고객이랑 실제 고객 간의 거리 차가 좀 큰데 양쪽을 다 잡으실 생각이세요. 아니면 한쪽 고객층만 잡고 싶으세요?”
“저는 제가 만드는 전통 한방차가 누구에게나 마셔지길 원하고 문화적인 가치도 함께 느껴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영영의 말에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은 혜미는 알았다는 듯이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좀 어렵겠지만 해볼 만 할 것 같네요. 일단 지금까지 필기한 걸 설명하자면 기본적인 경영 및 마케팅 전략목표 수립을 위한 거예요. 정리하자면 지금 판매하고 있는 전통 한방차가 40~50대 층에서 반응이 오는 이유는 앉아 쉬면서 시간을 때울만한 곳과 질 좋은 한방차를 마시기 위해서예요. 아까 말씀하신 질 좋은 커피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20~30대 층과 같죠. 그리고 차 몇 잔 시켜놓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장소’로도 쓰기 위해서 찾아오는 게 태반이죠. 이건 20~30대 층이나 40~50대 층이나 모두 목적은 같아요. 이걸 교집합으로 두면.”
영영은 혜미가 ‘대화 장소’라고 적은 글을 중심으로 동그라미를 크게 친 후 적은 글자들을 하나하나 선으로 이어서 마인드맵처럼 만들면서 말했다.
“자, 뜬금없지만 여기서 화제를 바꿔 봐요. 영영 씨가 20~30대 학생층이라면 이 카페 ‘무림일검’에 왜 와야 할까요?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 봐요. 치킨집 등 생계형 창업이 5년 후면 10곳중 8곳 폐업이라는데, 가뜩이나 주변에 카페가 몇 킬로미터도 안 되서 깔려 있는 레드 오션(Red Ocean)을 넘은 블러디 오션(Bloody Ocean), 즉 피바다…… 말이 너무 살벌한가, 즉! 적조(red tide)같은 치열하다 못해 공멸수준까지 갈 수 있는 시장경제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를 걸 수 있는 경쟁력 말이에요.”
영영은 상당히 뜬금없어서 아무 생각하지 못하고 혜미를 쳐다보았다.
“영영 씨! 단순히 여기 찾아오는 교수님들 몇몇 분들에게 찾아와 학점 이야기 하거나 잘 보이려고 오는 건 말고요. 손님이 찾아올만한 구체적인 경쟁력인 와야 하는 이유 말이에요. 보니까 우리 학교 교수님들 많이 보이시던데.”
막상 생각해 보려니 ‘전통 한방차를 마시려고’라고 대답하려다가 전통 한방차를 젊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걸려 대답을 선뜻하지 못하는 영영을 혜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 그래서 전략 목표를 세워 보았습니다. 제품도 우수하고 가격은 다른 카페의 평균에 비하면 고만고만하고 아주 비싼 편도 아니니까 괜찮고 유통은 영영 씨의 조달방식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더 자세히 알아야 판단할 수 있겠고요. 결국 촉진전략을 잘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 고객이 소수의 40~50대 고객이지만 최종 목표를 20~30대 층뿐만이 아니라 4~50대 층도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하고 전통 문화적인 분위기도 유지하는 것으로 설정한다면 그러기 위해서 여기 써놨던 커피를 대신해 전통 한방차를 대입해 본다면 한방차라는 역사 대대로 깊은 전통적인 건강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워 제품의 정체성을 살린 마케팅과 더불어 젊은 층에 대한 홍보 및 개량을 통해 인지도를 넓히고 옆에 써 놓은 대화 장소는 카페 내의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만들어 40~50대에게는 낯설지 않은 익숙함을, 20~30대에는 호기심과 관심을 일으키도록 하여 손님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서로 어색하지 않은 한에 서로간의 요소를 반영하는 타협적인 차원에서 서로의 입맛에 맞게 양쪽 문화를 융합해 최대한 괴리감을 줄이고 다들 수용이 가능한 문화교류의 장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거예요.”
영영이 멀뚱멀뚱 혜미를 쳐다보자 혜미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생각해봐요. 사람들이 왜 비싼 돈을 주고 레스토랑이나 아주 비싼 카페를 가겠어요? 그곳의 독특한 음식이나 음료뿐만 아니라 아주 특별한 분위기를 즐기고자 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상류층이 되는 기분도 느끼고 싶어서도 있겠죠. 그렇게 가게는 물건을 팔면서도 이미지를 파는 것이고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니까 이곳 카페 무림일검에 독특한 특색이자 어떤 카페도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여기밖에 와서 즐길 수밖에 없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드는 거죠. 그것이 다른 상권의 카페들과도 겨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이 되는 거고요. 물론 나중에 자산과 자본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지, 비용발생등도 분석해야겠지만 지금은 마케팅이 먼저인 것 같네요. 일단 손님이 많이 와야 그 손님이 이 물건을 사게끔 제품전략을 짜든가 하죠.”
영영이 혜미가 건네준 스케치북을 받아 그림을 살펴보던 중, 여러 물감을 뭍인 팔레트를 집어 들고 붓을 잡아 칙칙해 보이는 내부 벽에 무언가 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서는 놀라서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뭘 하는 거죠? 남의 가게에 이러면.”
“아, 거참! 조금 전에 제가 한 말 뭐로 들은 거예요. 지금 그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잖아요. 물론 20~30대 층을 수용하려면 지금 같이 어디 골방에 박힌 문화 보존적 이미지론 매우 힘드니까 세상과 많이 타협 하서야겠지만요.”
그리고 혜미는 영영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일 할 땐 조용히 해 주세요. 원래 이거 돈 받고 하는 거니까.”
영영이 그 말에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자, 혜미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전 혜미에요. 이 가게 VIP."
조용히 있으라는 듯 그림을 그려대는 혜미를 바라보던 영영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가뜩이나 피곤한지라 억지로 말리려다가 등골이 아파져 와 의자에 앉아 푹 기대며 말했다.
“정말 피곤해서 못 막는 거니까 가게에다가 낙서 적당히 하고 가세요. 안 그러면 영업방해에요. 아, 일어났을때 다 지워서 깨끗하게 해놓는 거 잊지 말고요.”
그러자 혜미가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 공짜로 해줘도 뭐라 그러시네요. 나중에 고맙다고 말할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