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지날 무렵, 현관문의 종소리를 들은 영영은 황급히 연습을 중단하고 카운터로 나섰다가 다수의 여대생을 끌고 온 혜미와 눈이 마주쳤다.

왁자지껄 떠드는 여대생들과 대화하는 혜미는 놀란 표정이 역력한 영영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그것을 알아들은 영영이 능청스럽게 표정을 바꾸면서 숙련되고 익숙해진 멘트를 날렸다.

“어서 오세요.”

혜미 주위에서 6명 남짓이 웅성웅성 거리다가 한 여대생은 아예 혜미에게 대놓고 말했다.

“과대 언니, 근데 왜 노인찻집에 온 거예요? 제가 아는 카페중에 분위기 진짜! 좋은 곳 많아요. 언니, 거기로 가면 안돼요?”

혜미는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지나가다 들렸어. 걸어가기 다리 아프고 귀찮으니까, 여기서 마시고 가자.”

그러자 말을 꺼낸 여대생은 실망하는 표정으로 답했고 다른 한 명도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정말 계속 있다 가실 거예요? 버스 시간도 있는데 테이크 아웃하고 들고 가는게 좋지 않아요?”

후배들의 우려 섞인 말에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음을 지은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혀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했다.

“근데 여기 뭔가 많이 바뀐 것 같지 않아?”

“그러게요. 지나가면서 여기 본 적은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칙칙해서 싫었거든요. 진작 이렇게 바꾸지, 분위기 확 달라졌네.” 후배들 중 한 명이 눈치껏 대답했다.

영영이 그 말을 듣고 살포시 쓴웃음을 짓자, 혜미는 그것 보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저쪽 방 좀 쓸게요.”

“네, 그러세요,”

"저 배터리없는데 폰 충전기 좀 주실 수 있나요?"

"자리에 계시면 가져다 드릴게요."

혜미가 승낙을 받고서 자신이 손봤던 방에 후배들을 이끌고 들어가자 후배들은 혜미와 같이 방석을 깔고 앉았고, 몇몇은 백에서 담요를 꺼내 자신의 하반신을 덮는 등, 가지각색으로 탁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 여기 앉거나 누울 수도 있게 되어있네! 방석 깔고 앉는 것보다 아랫목이 따뜻하니까 엄청! 좋다. 잠 올 것 같아!"

후배중 한명이 방석을 집어 따뜻한 바닥에 누워서 뒹굴거리자 다른 두세 명도 누워서 말을 이었다.

"야, 먼지날려. 방석 가지고 장난치지마. 넌 엉덩이로 깔고 앉는걸 베고 싶냐!""

"뭐 어때? 언니도 누워봐요. 낮은 베개같지만 엄청 편하다니까요." 방석을 접어 베게마냥 베고 다른 후배가 덮은 담요를 집어들어 이불처럼 덮고 누운 후배가 다른 애들도 자기를 따라하자 만족스럽게 말했다.

"야! 내놔! 내거!!!"

"좀 빌릴께."

"덮더라도 니가 사서 덮어!"

"선배님. 여기."

혜미도 살짝 주변을 살피며 그 후배를 따라 방석을 접고 누워보자 다른 후배가 덮고있던 이불을 빌려주었고 미안한표정으로 그 담요를 덮었다가 생각보다 편안해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언니 괜찮아요?"

"생각보다 푹신푹신해." 혜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담요를 보듬으며 답했다.

"그럼요. 바닥도 담요도 따뜻하니까 잠도 잘 올것 같아요."

"야! 선배님은 깨워드리겠지만 잠들면 넌 담요 돌려주기 전까지 안 깨워 줄거야."

"야! 진짜 너무한다. 적어도 동기면 깨워주는게 매너아냐?"  누웠던 후배가 토라져서 일어나 담요를 돌려주며 대답한 상대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

"뭐래. 싫거든요. 피힛."

담요를 돌려받은 상대가 약을 올리며 담요를 케이프처럼 두르자 웃으면서 실랑이를 벌이자, 다른 후배도 각자 떠들면서 바닥에 드러눕고 크게 기지개를 키더니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애들 불러다 이렇게 누워서 이야기하고 노트북도 가져와서 조별과제하면 편하고 재밌겠다. 하아아암!" 

"그니까! 이렇게 뒹굴면서 귤 까먹고 폰으로 웹툰 보거나 만화책 가져와서 봐도 괜찮겠는데."
또 다른 후배는 마찬가지로 바닥을 천천히 뒹굴뒹굴 굴러보면서 온몸으로 따뜻함을 표현했다.

“그나저나 신기하네. 누가 카페에서 누워서 음료를 마실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그러게, 마치 안방같은 방이라는 것 자체가 특이하네. 음식점이나 펜션 온 거 같아. 근데 있잖아. 난 것보다."

말을 꺼냈던 여대생은 방문 밖으로 나와 주변의 그림들과 인테리어를 자세히 살피면서 말했다.

"근데 여기가 이렇게 예쁘고 분위기 있었나?”

"뭐, 확실히 예뻐."

"아니, 다시보니까 그런 수준이 아니라 확실히 괜찮은거 같아."

다른 후배들도 그 말을 수궁하며 그림들에 대하여 관심들이 모여지자 서로 한마디씩 감상을 외쳤다.

“와, 대박. 진짜 잘 그렸다.”

“예쁘다. 분위기도 있어보이고 한층 좋아졌는데요.”

"야, 야. 나 저 그림 좀 뒷 배경으로 화면에 다 보이게 찍어줄래? 나 이거 애들 보라고 올려야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후배들의 감탄사와 리액션에 실로 기분이 좋아진 혜미는 자기도 모르게 실로 웃음이 나왔다.

“종숙아. 너는 여기 어때?” 혜미가 덮었던 담요를 돌려주며 능청스럽게 표정연기를 하며 물었다.

“언니! 진짜 좋아졌는데? 우리가 알던 노교수찻집 맞아요?”

“어머, 그거 다행이네! 이번에 여기가 꽤 마음에 들게 바뀌어서 너희도 구경좀 해보라고 데려와봤는데 말이야."

"신기한게 분명 주인은 그대로였는데 말이에요. 아님 가게를 그냥 새로 바꾸어서 들어온 게 아닐까요?”

영영은 후배의 말에 자신을 흘겨보며 웃음을 참는 혜미를 째려보았고 혜미는 어쩔 거냐는 듯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야, 진은이라는 애 그게 예쁜 거냐? 원래 그런 애들이 다 그렇듯이 용관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싸가지 없을 걸.”

“용관 선배님이 예쁜 애들 밝히긴 하죠. 근데 누가 봐도 걘 예쁘게 꾸미고 다녀요.”

“그게 예쁘게 꾸미는 거야?”

한 후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그럼요. 언니보다는 음.. 이런 말하면 화내실 거 알지만 덜 촌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 말에 후배들이 폭소를 터트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그 후배를 나무라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던 혜미는 급히 당황하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까하핫. 어뜨케흐흐흐흨, 어흑, 죄송해요. 선배님, 근데 진짜 선배님 모습잌 좀 촌스럽게 입고 다니깈 푸흡, 해요.”

“아낰, 진짜 웃으면 안 되는뎈 크흐흑, 근데 진짜 사실 그대로 말씀해 드린거라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그전에 언닌 정말 너무할 정도로 안 꾸미고 다니시잖아요.”

"분명 화장도 하실텐데 그게 한건지 안한건지 티가 전혀 안나서 쌩얼같아요. 비비크림이나 하다못해 틴트라도 쓰시는건지."

"아냐, 틴트는 쓰셔." 다른 후배가 동기인 그 후배에게 조용해 말했다.

"어? 정말??" 그녀가 되물으며 신기하게 바라보자 동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내가 저번에 화장실 갔을 때 가방에서 꺼내시는 거 봤어."

“으으, 하아. 얘네들이 다 같이 진짜! 니들 정말 나한테 이럴꺼야!!”

혜미가 은근히 기분도 상하고 후배들을 떠볼 겸 팔짱을 낀 채로 토라지자 후배들이 피식거리면서 서로 곁눈질로 눈치껏 혜미를 달랬다.

“언니, 그러니까 나중에 시간 되시면 같이 미용실이랑 아울렛이라도 가요. 언니가 원판은 진짜 좋으시잖아요. 좋으신건 뻔히 알는데 편하신 걸 좋아하셔서 그러신지 관심이 없으신건지 파마는커녕 염색도 안 하시고 남루하게 다니시니까 이렇게 다 가려지는 거지.”

“맞아요. 물론 언니는 저 파마했는데도 몰라볼 만큼 그런 쪽까지 신경 쓸 상황이 아니시긴 하니까 그렇지. 앞머리를 조금만 넘긴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원석 같다니까요.”

"이번에 로터리쪽에 예쁜 옷 많이 들어왔어요. 언니 한번 같이 가봐요. 다이어트 걱정없이 날씬하셔서 라인 잘 사실걸요. 아님 제가 잘 아는 엄청완전진짜 큐트한 옷 많은 인터넷쇼핑몰이 있는데 문자로 주소 보내드릴게요."

혜미가 그런 후배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팔짱을 풀자 후배들은 비로소 헛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혜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했다.

"손님. 여기 말씀하신 충전기입니다."

"아. 네!" 영영이 가져온 충전기를 받아든 후배가 콘센트를 찾자 혜미가 말을 이었다.

“자자, 아무튼. 여기가 몸에 좋은 한방차를 취급하는 곳이라고 해서 이 과대가 후배들 건강 챙겨주려고 데려왔지.”

그러자 한 후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피, 선배가 언제부터 우리 챙겨줬다고.”

그 말에 나머지 후배들이 다시 웃음을 터트리자 혜미가 난처해하다가 목소리를 높히며 말했다.

“야! 내가 과비 함부로 쓰는 거 봤어? 과 홈페이지에 올린 과비 사용내역 공개한거만 봐도 너희 먹을 것, 과티 디자인해서 입을 것, 간식 챙겨주는 데 남김없이 쓰잖아!”

그렇게 말하던 혜미는 익숙한 남자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걸 느끼고는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용히 방에서 나와 카운터를 몰래 쳐다보자, 역시나 영영도 돌아가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소하다는 듯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런 영영을 노려보던 혜미가 뭔가 생각난 듯, 역으로 심상치 않은 미소를 지으며 방 안에서 웃고 있던 후배들에게 말했다.

“자, 일단 시켜보자. 여기 있는 아저씨가 자판기처럼 내 올 테니.”

그 말 한마디에 후배들은 뭘 고를지 메뉴판을 보며 토론하고 고민하고, 그 말을 들은 영영은 분개하며 조용히 혜미에게 다가가 내가 왜 아저씨냐고 또 왜 내가 자판기냐며 어필해 보았지만 혜미는 "어머, 자판기 아저씨 안 불렀어요."라고 대답하곤 쿨하게 무시하며 비웃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자, 여긴 어떤 게 괜찮으려나, 우린 한방차가 몸에 좋다는 것밖에 모르니까 자판기처럼 메뉴판에서 아무거나 뽑아야 하겠지?”

방으로 들어온 혜미의 옆에 있던 후배들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게요. 자판기면 누르는 대로 겁나 빨리 뽑아 줄 텐데. 까하하.”

주문하겠다고 혜미에게 끌려와 방안에 들어온 영영은 그녀의 의도된 게 뻔히 보이는 어수선한 장난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하게 혜미가 요청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긴장감으로 바싹 말라가는 혀와 목에 침을 적셨다.


“근데 차에 관해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이라는 게 남아있었나? 중국이나 일본도 모두 차를 대접하는 것은 같았잖아요. 꽤 신기하네.” 한 후배가 의아해하며 다수를 향해 물었다.

영영은 지금까지 외웠던 것을 풀어 해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자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면서 대답했다.

“그럼요. 삼국시대의 가야에서도 일연의 삼국유사중 가락국기 가야 편 기록을 보면 향기가 좋은 난액이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통하여 그때도 차 문화가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어요. 통일 신라 시대에는 한때 동맹국이기도 했던 당나라의 차 문화가 교류를 통해 전해졌고 학자였던 설총이 왕에게 바른 정치에 대하여 일깨워드리기 위해 꽃들을 의인화해 만든 작품인 화왕계(花王戒)에서도 차가 몸과 정신에 좋은 것으로 언급되는 구절이 있죠. 게다가 당대 대학자이자 명 문장가인 최치원도 귀한 차를 대접받은 것에 감사 글을 올렸었어요."

혜미의 후배들은 뭔가 범상치 않은 주인장의 설명에 놀라면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때는 평민들도 즐겼고 국가적인 최대의 불교행사인 다관회와 팔관회에서 고려 시대 궁중의식차라고 볼 수 있는 임금이 먼저 차를 청하면 신하가 차를 올리는 ‘진다의식’이 있었으며 승려들이 차 문화를 더욱 발전시켰고 목은 이색이나 그의 제자 포은 정몽주, 길재와 같은 대학자들과 문인, 귀족과 서민이 즐겨 마시면서 해동 천태종의 시조이자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승려, 대각국사 의천은 당시 고려에서 유행했던 차인 유차(孺茶)와 뇌원차(腦原茶)중 고려사에서 서희, 최승로등 공신에게 200각에서 1000각까지 하사하던 뇌원차를 수출하고 송나라의 최고급 차인 용봉단차를 수입하는 문화, 민간차원의 교류에 도움을 줬어요."


영영은 말을 길게 하면서 목이 마르고 침이 고여서 스스로 물을 한 컵 마시고 말을 계속 꺼냈다. 


"그 예로  당시 ‘요나라(遼) 천우황제가 재차 경책과 차향과 급백 등을 보내와 국사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원감국사, 나옹화상은 물론 대문호인 이규보, 성리학자이자 시인인 이제현, 대학자 이자현과 문장가 이인로도 차를 칭송하는 글을 남겼고 차를 파는 다점들이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차 문화가 번성했어요. 이는 고려청자도 같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고려 시대의 다기가 발굴되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하지만 이후에 차가 사치품이 되고 세금이 많이 붙어 비싸지면서 서민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그는 자신에게 집중된 기겁에 가까운 눈초리들을 한번 씩 훑어보았고 혜미가 더 천천히 말하라는 듯 몰래 위 아래로 손짓하는 것을 눈치껏 보면서 말을 이었다.

“조선 시대에도 다소 엄격해지긴 했지만, 관례적이고 체계화하여 격식을 차린 차 문화가 발달하였고 사헌부 등 국가 부서의 관리들도 다시(茶時)를 두어 공정한 판결을 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였고 이는 일반 관아에도 이루어졌어요. 중국 사신과의 외교 관계는 말할 것도 없죠. 연산군 때 역사상 최초로 함양에 차밭을 가꾸었던 김종직의 제자인 문신 이목이 다부(茶賦)를 지어 차의 5가지 공과 7가지 효능을 칭송했으며, 우리 차 문화에 큰 영향을 남긴 초의 선사가 유교의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차 문화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동다송과 다신전을 지어 우리 차 문화를 정립하고 차에 대한 우수성을 알렸고 초의 선사에게 차(茶)를 가르친 스승인 다산 정약용은 호 자체가 차를 의미하는 다산(茶山)이듯 유배 생활을 비롯해 학질(말라리아), 중풍등 유지하기 힘든 건강을 차라는 명약으로 다스렸던 그는 차와 관련된 명시들을 만들고 대흥사에서 백련사로 건너와 머물며 다산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혜장의 이야기를 듣고 백련사로 찾아가 그 혜장에게 주역을 가르쳐 주면서 사제관계를 맺은 후, 혜장을 위시한 백련사 승려들에게 차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였고 걸핏하면 혜장과 초의에게 차를 보내란 걸명(乞茗)시를 보내 독촉하기도 했어요. 또 제자들과 차와 관련된 모임인 다신계(茶信契)라는 조직을 만들었었는데 이것이 현 한국차문화협회의 초기적인 모태가 되었죠. 다산이 마시던 차는 지금의 잎차가 아닌 반죽해서 작은 떡 덩어리로 만드는 떡차 방식이었고요.”

재빠르게 기억해 내야하는 속마음과 까먹지 않고 실수 없이 밖으로 온전히 꺼내야 하느라 등골에서 부터 머리털까지 신경이 부쩍 선 영영은 자신의 말의 위압감에 눌려 아무말없이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경청하는 그녀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시 물을 한컵 마시면서 말했다.

“그 외에도 금오신화로 유명한 김시습이 ‘작설’이라는 다시를, 임진왜란에 활약한 서산대사와 추사 김정희도 다시를 남겼고 이외에도 선비들끼리 차를 주고받으며 감사의 뜻과 차에 대한 동경을 담아 보낸 시들은 수도 없이 많아요. 차 문화를 즐기던 선비들, 그중에서도 사림이 멸화를 입은 4번의 사화를 비롯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외세의 침입, 그 후 구한말로 이어진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차 문화가 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쇠퇴기에 빠져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7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1979년에 한인차인회가 설립되고 1981년에 한국 차 문화 자료전이 한국차 문화협회와 가천문화재단의 전신인 숭례원, 한국 방송공사인 KBS의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되어 그 해 5월에 차의 날을 제정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인 문화공보부가 1983년에 전통차 보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죠.”

영영이 말을 마치자 기특한 듯이 바라보는 혜미와 졸린 듯 눈을 감고 있던 몇몇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완전히 얼어붙은 채로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했다.

"아저씨 무슨 차 백과사전인줄. 전문가시네. 전문가!"

“대박, 진짜 쩐다. 어디 뒤에 뭐 써져있는거 아니죠?”

말을 마치고 바로 뒤를 살핀 후배가 당황하며 주변을 열심히 살핀후에 경외심에 차서 말했다.

"와. 주인아저씨 엄청 나시네요."

“언니, 아니 선배님 지금 우리 차 강의시키려고 여기 부르신 거예요? 완전 차 교수님이신데요?”

“헐, 진짜 진짜 그거 다 외우신 거예요? 어떻게 외우셨어요. 나도 그렇게만 뭘 외울 수 있으면 시험걱정 안할텐데... 진짜 멋있다.”

영영은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순간 뇌리를 스쳐가자 멋쩍은 듯이 웃으며 어찌할 줄 모르는 혜미의 후배들에게 더 말을 걸었다.

“네, 네. 차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신 것 같고 손님들은 어떤 차들로 대접해 드릴까요?”

“아, 아! 아저씨 언변에 넋 놓고 있었네, 가만있어봐. 언니, 뭐로 하죠?”

“그러게. 워낙 우리가 여기에 아는 게 없으니.”

영영은 혜미가 고개를 재빨리 까딱까딱 흔드는 걸 보고 입을 열었다.

“숙녀 분들에게는 감국 차가 좋을 것 같네요.”

“감국 차요?”

“그게 뭐지?”

여대생들은 그게 뭐냐는 표정을 짓다 한 여대생이 감국 차의 정보가 적힌 코팅 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이거다. 근데 이거 노란 국화잖아요?”

영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감국은 들국화 품종 중 하나이고요. 우리 집은 국내 고창에서 자생하는 걸 취급하고 있습니다. 가게 옥상에서도 관상용으로도 키우고요.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여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위장을 편안하게 하며 몸이 냉한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중국 명나라 시절 약학 서에도 실려 있을 정도로 유서 깊죠.”

혜미는 영영에게 바로 그거라는 미소로 잘하고 있다는 손짓을 몰래 해주었고 혜미의 학과 후배인 다른 여대생들은 초롱초롱해진 눈망울로 영영의 말에 경청했다.

“아, 진짜요?”

“올, 그렇구나. 처음 알았어.”

"잠깐만요. 손님들. 9월이라 꽃이 핀게 있어서요."

영영이 뒤의 창고쪽 문으로 나와 한 감국 화분을 가지고 오면서 그녀들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아, 이 국화가 감국이에요?"

그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두손에 쥔 화분을 보여주었다.

"예쁘다. 아담하고 색도 예쁘고 귀여워!"

"그럼 그거 직접 꽃잎 뜯어서 차 만드시는 거예요?"

"얘 엄청 잔인해. 멀쩡하게 핀걸 뜯는데. 어쩜." 말을 꺼낸 후배에게 다른 후배가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웃음이 터지면서 말을 처음 꺼낸 후배가 민망해서 말했다.

"아니, 야! 장난치지마!! 몰라서 물어 본 거거든!"

"야, 얘 주변에 꽃 나두면 다 뜯겨서 성하지가 않겠다. 프훗!" 혜미도 거들면서 말했다.

"아이 참!  선배님도 그런거 아니라니깐요!!"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 말을 귀담아 두기 보단 웃기에 바빴다.

"자자, 이 꽃은 구경하시라고 보여드린 관상용이고. 차를 달일 때는 따로 말린걸 써요. 야생화를 말린 거라 농약은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꽃처럼 노란 빛이 물에 흘러 나오는건 같아요. 이 꽃도 꽃의 색도 많이 예뻐서 많이들 좋아하세요."

"크흡, 험험. 아우 너무 웃었다. 네! 엄청 예뻐요."

"아저씨 봐봐. 꽃을 든 남자야." 다른 후배가 웃으며 말을하자 다시 그녀들의 웃음보가 터졌고

영영은 한편으로는 달라진 손님들의 태도를 실감하며 미소를 최대한 지으면서 밤새도록 외웠던 것을 일을 통해 꺼냈다.

“자, 자. 이 감국에는 구성성분으로 콜린, 스타키드린, 프린, 베타인, 아데닌, 비타민A, 비타민B1가 풍부하고, 기침, 인후통, 어지럼증, 해열, 고혈압, 구내염, 현기증을 낫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태초 기운이 허약하거나 몸이 찬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기도 해요. 동의보감에서도 감국은 몸을 가볍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장수하게 하며 근골을 강하게 하고 골수를 보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설명되어 있어요.”

그녀들은 계속 웃었던 분위기를 정리하면서 호기심과 경외심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어머! 완전 진짜 좋네! 그런 거라면 겁나 괜찮지 않냐?”

"와, 무슨 한의사 보는 줄. 아저씨 꽤 쩌시네요."

“아, 난 것보다 이 아저씨가 더 괜찮은 거 같아. 진짜 그거 다 외운 거예요? 완전 차 교수님이시야. 대박.”

다른 후배는 벽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영영에게 물었다.

“어디 벽에 붙여진 거 읽는 건 아니죠?”

영영이 멋쩍은 듯 웃자 또 다른 후배는 혜미에게 직접 말을 걸어 물었다.

“언니, 우리 이걸로 할까요?”

영영은 그런 모습들을 살펴보면서 살포시 의도가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이걸 숙녀 분들에게 특히 강력히 추천해드리는 건.”

그 말과 동시에 혜미를 제외한 여대생들의 긴장감 어린 시선이 영영에게 모였다.

“꽃이 예쁜 것만큼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탁월하다는 거죠.”

그가 해맑게 웃으며 언급한 말의 효과는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올, 난 이거 진짜 괜찮은 거 같아. 니들도 그렇지 않냐. 이걸로 주세요!”

“언니, 우리 이거 마셔요. 네? 언니.”

“가격도 그렇게 크게 비싼 곳도 아니고 그냥 일반 카페같아서 우리에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게 좋아. 나 일단 SNS에 먼저 사진 찍고 올려야지."

"야. 그건 내가 먼저할거야."

"에이, 그건 안 되지. 요즘은 이렇게 새롭고 이색적인게 더 사람들 추천이랑 조회수도 많고 잘 뜬단말야. 그래야 이거 마셨다고 자랑하는 맛이 있지.”

그가 화분을 제 자리로 돌려놓으러 가는 사이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가 돌아오자 후배 몇명은 서로 스마트폰으로 주변 그림이나 주위를 배경으로 한 각자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랑했고 주변 후배들도 폰을 꺼내 터치버튼들을 누르며 말했다.

“치, 조용히 해! 뭐라하건 그건 내가 먼저 올릴거거등!”

“히, 그러셔요? 사진은 내가 먼저 찍었다!”

"아저씨, 이거 그림 웬지 그린거 같은데 아저씨가 그린거예요?"

시끌벅쩍한 주변에서 한 후배가 깐죽거리며 묻자 영영이 혜미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네. 외주받은 거예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벽지같은 것도 아니고 그린거 같은데 실력있는 사람을 부르신거 같은데. 비용 좀 드셨겠어요?"

영영이 무심결에 '아닌데.'라고 말이 나오려다 간신히 참았고. 혜미는 그런 영영에게 조심스럽게 잘했냐는 듯이 흐뭇한 표정으로 몰래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감국 차로 6개 주세요. 감국 차 아이스나 쉐이크로 먹을 사람 있어?”

그러자 한 후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렇게 가공하면 효능이 저하될 거 아녜요.”

“맞아.”

“그러게요.”

많은 여대생이 공감하자 영영이 친절하게 말했다.

“차는 아이스티를 비롯해 어떤 종류든지 우유나 향 등 다른 성분을 1~2%의 범위에서 혼합하면 그 효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는 한데 진위여부에 대해서 알아보곤 있지만 확실하다고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그러나 우리 집은 엄선한 좋은 원료를 토대로 본래 차의 그대로를 살리려고 기본부터 노력을 했기 때문에 본래 상태보단 효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그래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크게 걱정하시진 않으셔도 됩니다.”

“음, 어쩔 수 없는거라는 거죠?  그럼 전 아이스로요.”

“난 쉐이크! 쉐이크로 할래!!”

한 여대생은 들뜬 마음에 혜미에게 말했다.

“언니, 나 여기 친구들에게 알려줘야겠어요. 솔직히 차가 몸에 좋은 거 누가 몰라요. 그치만 시간도 많이 들고 접근하기도 좀 어려워서 그렇지. 근데 여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괜찮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엄연히 제생각이지만요. 그리고 그리고!  특히 이렇게 두 다리 펴고 편하게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아, 진짜 편해! 그러니 동기들한테도 좋은 정보 공유해 줘야 될 것 같아요.”

영영은 그들의 대화에 슬며시 껴들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감국 차는 다양한 약효와는 달리, 본디 찬 성분이라 몸이 찬 사람이나 태생적으로 기운이 허약하신 분은 몸에 좋지 않아서 다른 차를 드셔야 해요. 그런 분이 계신가요?”

여대생들은 다 같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그중 한 여대생이 영영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했다.

“자판기 아저씨, 다시 보니까 엄청 똑똑하시고 인물도 괜찮으신거 같아요.”

영영은 한 손으로 자신의 뒷덜미를 짚으며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손님.”

그 여대생은 말을 이으려다가 뭘 그런 말을 하느냐는 듯 쳐다보는 혜미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눈치껏 물러나 앉고 나머지 여대생들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 폰을 만지고 통화하며 의자에 앉았다.

혜미는 무리에서 조심히 떨어져 카운터로 다가가 문의하는 듯 서서 영영에게 조용히 말했다.

“생각보다 의외네. 많이 연습하셨나 봐요.”

영영은 미소를 풀지 않으면서 말했다.

“제가 이런식으로 군대에서도 이빨 잘 까서 선임들의 귀여움을 받았었죠,”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쪽에 능하다는 거 아네요. 내가 안 일러줬으면 어쩔 뻔했어요. 게다가 외주제작 퀄리티라는데요. 네? 흐흐.”

히죽히죽 웃는 혜미에게 영영도 능글맞은 표정으로 답하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과대셨어요? 어제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한 거지 이렇게 과 후배들 끌고 올 준 몰랐죠.”

“지금처럼 손님들에게 대하는 거, 아주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본 것에 참여해 말해주는 것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은 정보 전달이고 그렇게 전문가로서 믿음과 정보를 주는 게 중요 하다고요.”

혜미는 후배 중 한 명이 카운터로 다가오자 그걸 의식하고 적당히 둘러대며 단호히 말했다.

“자판기 아저씨, 빨리 차 준비 안 하세요?  그리고 다과도 좀 주세요.”

"아, 내 정신좀 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영영은 살짝 놀라며 알았다는 듯 주방으로 들어가고, 그걸 바라보던 후배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혜미에게 말했다.

“언니, 그런데 이런 곳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커피나 홍차 같은 것 말고도 이런 몸에 좋은 음료가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언니도 이 동네 돌다가 발견한 거야.”

"와아. 눈썰미!"

“역시 언닌 그래서 과대인가 봐.”

혜미가 웃으면서 무리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하자, 영영은 차를 우리고 다과상을 만들면서도 최대한 그녀들이 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한 후배가 심각한 표정으로 혜미에게 말하자, 다른 후배들도 공감하며 말했다.

“맞아. 진짜 언닌 대단한 거 같아요. 난 그렇게까진 못하겠던데.”

“진짜, 괜히 과탑에 과대 한 게 아닌가 봐요. 어떻게 그렇게 악을 쓰면서 살아요?”

혜미는 겸연쩍은 미소로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도 열심히 해. 봐봐, 언니도 하잖아.”

“아니, 언니처럼 하면 정신이랑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공부할 시간을 짜낸다는 것이 더 신기하단 말이에요.”

영영은 대화내용도 그러거니와 후배들의 표정이 안쓰러운 표정임에 의문점이 들어 더 집중해서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냥 환경이 그러니까 어떻게든 해보려고 극복하는 게 사람인 거야. 시간은 말야. 사람이 딴짓을 안하면 돼, 그럼 그 시간이 그대로 온전하잖아. 그리고 너흰 나보다 뇌세포가 젊으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

후배들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저마다 말을 이었다.

“와, 정말 공감 안가는 덕담 감사하네요. 하긴, 그러니까 4학년이신데도 과대 자리를 잡고 계시지.”

“그렇게 독하게 해서 머리는 그렇다 쳐도 몸이 버텨요? 이러다 쓰러지시면 어쩌실려고요. 그래서는 언니만 손해아네요?”

듣고 있던 혜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에게 말했다.

“야, 이 과대 언니 걱정할 생각 있으면 우리 학과 남자 신입생을 어떻게 늘릴지를 생각해봐!”

그 말에 후배들이 손뼉을 치면서 폭소를 터트리자 혜미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맨날 기지배들 쫑알쫑알, 우리 과도 성비 평등화해야지, 난 우리 과가 남자가 많을 줄 알았는데 하아 과대 선거 공약 때 이걸 썼으면 역대 최고 득표했을 텐데.”

“대학교 4학년께서 그런 카드 쓰시면 독재죠. 그나저나 졸업 작품은 어떻게 되어 가세요?”

혜미는 고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렵지. 미친듯이 어려워. 뭐든 해보긴 해야 될 텐데, 실은 아직 뭘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모르겠고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아, 스트레스 받는데 애들끼리 노래방이나 갈까?”

“엇, 저흰 괜찮아요. 오랜만에 목 좀 풀겠네요.”

“와, 가서 무슨 노래 부르지? 소리 지를 수 있게 지금 목 풀어놔도 돼요?”

“아이, 그럴 거면 목에 좋은 차를 시켰어야죠!”

"근데 언닌 솔직히 노래방보다 미용실가서 머리에 매직이라도 넣는 게 우선아네요?"

"야야!!" 후배들이 그말을 듣고 뿜자 혜미가 투덜거렸다.

"아냐, 이 참에 헤어스타일좀 바꿔요. 하도 트레이드마크가 되서 교수님들이 언니 머리보고 출석체크하는 지경이잖아요."

"맞아. 기분전환! 머리모양을 바꾸다 못해 파마만 잘해도 해도 얼마나 새로워 보이고 전환 되는데요!"

"선배님. 머리 꾸미는건 고데기말고도 많아요. 저희랑 세팅도 하고 염색도 하고 같이 가서 배워봐요. 아님 웨이브를 넣으시던지, 생머리로 계속 기르시던지."

"4학년이라 나름 단정하게 있는거야. 애들이 뭘 모른다니까."

"그러니까 졸업하기 전에 꾸미셔야죠. 졸업여행 안가실 거예요? 졸업사진 흥미진진하게 남기셔야죠크킄흨."

영영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찻잔과 차가 담긴 다관, 다과를 쟁반에다 담고 테이블로 가져와 서빙하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웃으면서 찻잔을 들어 차를 음미하는 후배들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영영과 혜미와는 달리, 그녀들은 다과를 맛보면서 영영에게 배운대로 다도에 맞게 퇴수기(물을 버리는 그릇)에 찻잔에 예열한 물을 비우는 것도 따라 해봤다가 다관을 들어 찻잔에 차를 따라보면서 차의 본디 그 모습을 감상하다 표정과 말투에서부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외쳤다.

“색깔 완전 예쁘다, 이거 찍어서 애들 보여줘야지! 야! 찍을 때 까지 수저도 건들지마.”

"야. 너게 폰이 화질좋고 화면빨 잘받으니까 찍어서 단체방에 올려줘."

"그래. 자세잡아. 하나둘셋 하고 찍을 테니까."

“애들이 이런곳 있는거 알까?  새롭고 신기한거 좋아하니까 애들 몇몇 더 데려와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치"

"그치.야야.  다 찍었으면 난 마시는 모습 인증 샷 좀 찍어줘.”

"니가 셀카로 찍어 이거사. 아직 멀었으니 수저하나 건들기만 해봐." 다른 후배가 핀잔을 주며 말했다.

"아, 왜에! 이기적이게 니 것만 찍으면 다냐! 좀 각 잘 잡아서 찍어줘!!" 그 후배가 때를 쓰며 자기 폰을 들이대자 웃으면서 다른 후배가 받아들었다.

“와, 언니,언니! 나 방금방금 마셔봤는데요! 그러니까 음, 뭐라고 해야하나 많이 특이해서. 뭔가 좀 은은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면서도  달콤하면서도 쓴데, 그러니까 일단 나 차는 어엄청 쓸까봐 잘 안마시거든요. 하지만 진짜 예쁘고 맘에 들어요! 뭣보다 향이 진짜 좋아!”

한 후배가 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채팅 어플을 킨 뒤, 터치패드를 두드리면서 그렇게 말하자 몇몇은 똑같이 들뜬 표정과 말투로 스마트 폰을 덩달아 꺼냈다.

“나도, 나도.”

"역시 과대언니가 추천해줄만 하네." 다른 후배가 만족한 얼굴로 능글맞게 받았다.

"어? 이 다과 엄청 텁텁할줄 알았는데. 차랑 먹으니까 어울리고 괜찮아! 타임머신 타고 조선시대 온 거 같아! 색도 엄청 앙증맞고!"

혜미가 안심하는 기색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자 영영은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 집의 감국 차는 두 번 쪄서 맛과 남아있을 수 있는 독성을 순화시켰으니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학과 후배들이 마시면서 대답한 뒤에도 영영은 카운터로 돌아와 그녀들을 지켜보았다.

“야야, 이거 봐봐.”

혜미의 후배중 하나가 벽에 붙어있던 글을 가리키고서 읽었다.

“어디보자. ‘차례는 생활차례와 의식 차례(혼례,관례)가 있다. 일상의 차 모임과도 같은 생활차례는 가 나오면 빛깔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고 맛을 즐긴다.’ 아, 이거 다도 같은 거구나.”

“나 한번 따라해 봐야지.”

다른 후배 한 명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방석을 각잡고 깐 후, 자세를 고쳐 잡자 주변이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고 또 다른 후배가 글을 읽었다.

“차는 자연스럽게 마시고 잎차를 마실 때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왼손으로 얹고 오른손으로 감싸며 편안한 자세로 마신다.”

글을 읽던 후배가 말 그대로 찻잔을 들고 그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에 웃겨서 더는 말을 잊지 못하자 혜미가 그 뒤를 이었다.

“가루차를 마실 때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자 동작을 하던 후배가 크게 실망하며 말했다.

“에이 이거 가루차 아니잖아. 막판에 흥 깨지네.”

막상 자기가 읽으려는데 흥이 깨진 혜미가 노려보자 후배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뇨. 선배님 때문에는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 ‘차를 마시는 데 있어서 좋은 모습이란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자세이다. 다담(茶談) 또는 다식을 즐기고 차의 향을 맡고 맛을 보면서 음미한다.’ 누가 쓴지 몰라도 글씨 잘 썼네. 인테리어도 그렇고.”

글을 마저 다 읽은 혜미가 자화자찬에 빠져 탄성을 내뱉자, 후배들은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차를 음미했다.





그렇게 차를 다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후배들 말고도 다른 후배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다가 서고를 바라보고는 의아해 하며 말했다.

“어? 주인아저씨. 여기 책장에 전통 차나 다도, 다른 차에 대한 서적 말고도 다른 책이 더 있네요?”

그 말을 들은 다른 후배는 만화책을 꺼내 읽으면서 핀잔을 주며 말했다.

“얘, 그럼 찻집에 차에 관한 것만 있겠니. 읽을 만한 잡지 같은 것도 있는 거지.”

후배 중 한 명이 책을 꺼내 와서 그 후배에게 보라는 듯이 말했다.

“봐 봐. ‘카를 융이 밝히길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인류역사를 통해 물려받은 정신적 소인이며 형태를 이미지 혹은 심상이지 내용이 아닌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면서 형성되어온 수많은 원초적 이미지가 ‘원형’이며. 개인이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가정하는 자신의 역할이자 밖으로 내놓는 관계 속에서 우세하게 드러내는 공적 얼굴을 희랍어로 가면이라는 뜻의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보이지? 이렇게 심리학책도 있잖아.”

“아냐, 그런 게 아니라 커피에 대한 책들도 꽤 많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쨌든 카페잖아.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다시 핀잔을 받은 그 후배가 삐친 듯 팔짱을 끼고 의아한 표정으로 책장에서 멀어지자 영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혜미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들이 다 마신 차의 계산을 돕는 영영의 카운터를 유심히 지켜본 후배 중 한 명이 그의 바리스타 자격증을 자세히 바라보고 놀라서 물었다.

“어? 자판기 아저씨, 저거 이제야 봤는데 혹시 바리스타이셨어요?”

영영은 자판기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러자 다른 후배는 놀라며 말했다.

“그럼 라테 아트도 할 줄 아세요?”

“기본이죠.”

혜미는 순식간 후배들 관심 가득한 눈빛에 당황하고, 방금 전에 핀잔을 받았던 후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 봐, 그러니까 차 말고도 커피에 대한 서적이 있는 거지.”

“와, 아깐 잘 몰랐는데 이 상장들 좀 봐. 그쪽에 실력 있으신가 봐요?”

혜미의 후배 중 몇몇이 영영의 바리스타 시절 상장들을 보며 놀라면서 말하자, 영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실력이라…… 뭐, 자격증이랑 상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어? 많이 이상하네. 그러면서 왜 한방차를 취급해요? 바리스타면 커피 전문가잖아요.”

“그러게.”

영영은 혜미를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집은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전통 한방차를 선택했고 저의 바리스타 감각으로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한 음료로 재탄생시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 말에 후배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간지난다고 말하자. 영영은 어떠냐는 듯 쳐다보고 혜미는 기분은 나쁘지만 인정 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요. 솔직히 차 나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던데요?”

“원래 좋은 약은 오래 달이듯이 효능과 맛을 살리기 위해 시간이 걸리며 저희 집은 어느 정도 단축했지만 더 빨리 나오길 바라신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 주시면 됩니다.”

영영이 한 후배의 의문에 답을 내놓자, 다른 후배가 지지 않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재료가 다 국산 맞죠?”

“현지에서 직접 가져오며, 재고 부족 시 그걸 직접 차를 몰고 현지에서 사오거나 정 안 될 경우 현지 물품 취급농장과 배송회사에서 납품받아야 해서 어려움이 있지만,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전통방식 고수와 추출기를 이용한 차들을 포함해 재료가 국산품인 품종은 국산품으로 쓰고 있습니다.”

영영이 그러면서 현지에서 상품을 가져올때 거래처 및 농장 주인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자 여대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어머, 직접 가져오시는 거예요?"

"네. 바다건너나 차로 찾아가기 너무 멀면 택배로 받지만 웬만한 곳은 현지에서 직거래해 받아옵니다."

"와... 교통비가 더 들겠다." 한 후배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전통적으로 마셔온 차의 품질을 그대로 이어나가기 위해 고객분들께 최고의 자연산 최상품으로 대접해드리는게 저희 모토입니다."

영영의 미소 띈 말에 혜미는 보고있자니 웃겨서 피식 웃었고 후배들은 들떠서 말했다.

“어쩜, 여기 진짜 웰빙 카페였구나.”

"하나하나 정성봐봐. 이런 곳이면 믿고 다닐수 있겠다."

“커피 말고도 몸 생각해서 자주 마시러 와야겠어”

“나도 나중에 여기서 차 사다가 조교오빠한테 몸에 좋은 거니까 마시라고 과사에 갖다 줘야겠다.”

주위 후배들이 그 후배를 쳐다보자 그 후배는 ‘니들이 어쩔거냐’는 듯 말했다.

“왜? 그 오빠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야. 까칠해 보여도 되게 자상해.”

"에? 푸히힛, 참내,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한 명이 빈정거리자 그 후배도 맞섰고 주변에 있던 애들은 혀를 찼다.

"하여간 얜 예전에 CC[각주:1]했었던 것도 그렇고 잘생긴 사람부터 먼저 챙긴다니까."

"잘 생기면 선배님이 아니라 오빠라잖냐."

그리고 서로 “쯧쯧, 그래라.”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나면서 “나도 몇 개 사서 선물해야지.”하며 웅성웅성 거리다가 충전기를 돌려준 후, 들고 있던 지갑을 넣으려고 가방을 열던 다른 한 후배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어휴! 어떡해, 나 정신 줄 잠깐 놨었나봐. 이거 어째. 아우우 진짜.”

그 말에 모두가 집중하자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가방에다가 커피를 다 내리고 버리려던 커피 원두 찌꺼기를 넣고 있었지 뭐야. 아으흐, 내 정신 좀 봐.”

“하여간, 쯧쯧 기지배 건망증은.”

“어머어, 얘는 쓰레기도 가방에 넣고 다니나 봐요, 언니.”

“에이, 야! 까먹을 수도 있는 거지, 너무 핀잔주는 거 아냐.”

그녀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바라보던 영영은 자연스럽게 그 대화에 개입하며 말을 걸었다.

“그 커피원두 찌꺼기는 버리지 마시고 정말 아주 바싹 말려서 거름망에 넣으시면 좋지 못한 냄새 제거나 습기제거에 효과적이에요. 또 피부미용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기름때 제거에도 쓰이죠. 찌꺼기이긴 해도 생각 외로 쓰임이 많은 게 커피원두죠. 대신 잘 말리지 않으면 냄새나고 금방 곰팡이가 스니까 조심하셔야 돼요.”

영영에게로 집중된 탄성과 함께 말 한마디마다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후배들은 완전히 영영과 영영의 가게에 흠뻑 반한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오올, 자판기 아저씨. 진짜 전문가답다. 간지대박. 꼭! 다음번에도 또 오도록 할게요. 많이 파세요.”

“진짜 바리스타라셔서 그런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다르신 것 같아요. 좋은 팁들 감사드려요. 이젠 찌꺼기도 챙겨놔야겠다.”

“우리 과대 언니 안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런 곳도 찾아내고. 역시 학과 원탑이야.”

“다음엔 다른 차도 사 마셔볼래요.”

혜미는 혼자 뒤쳐져서 마지막으로 밖에 나가려던 후배에게 말했다.

“난 아르바이트 있어서 너희 먼저 가.”

그러자 그 후배는 안경을 벗고 안경닦이용 천으로 렌즈를 닦으면서 놀라며 말했다.

“언니, 설마 지금 것 하시는 것도 모자라서 또 구하셨어요? 진짜 초인수준이네요.”

“그런 거 아냐!”

“아, 네네. 수고하세요. 언니.”

혜미의 윽박지름에 후배는 당황하면서 황급히 나가며 말했다.

“휘유, 나도 저렇게 독해져야 하는데.”

영영은 나가는 후배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카운터로 다가와 자신을 주시하는 혜미에게 시선을 돌리자 무덤덤하던 혜미의 표정이 아주 밝아지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와! 대박 중의 대박!! 명석 깔아주니까 그 위에서 아주 풍물놀이 스포트라이트 원톱 독무대를 선보이시던데요?”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영영은 그것과 대비되게 짜증이 섞인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아으으, 하나도 까먹을까봐 미치는 줄 알았네.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건가요?”

“그럼요.”

뭘 그리 당연한 걸 물어보느냐는 당당함에 기가 막힌 영영이 투덜거리며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정말 잘하고 있긴 한 건가요?”

“그럼요.”

영영이 말장난 하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혜미를 쳐다보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생했어요. 방전된거 같으니 어깨에다 충전 좀 해 드릴게요.”

의자에 앉은 영영의 뒤로 가서 그녀가 어깨를 주무르자 그가 말했다.

“고맙긴 한데 상대 동의 없이 어깨 주무르는 것도 성희롱인 거 아시죠?”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고마움을 느끼기는 한 건가요?”

혜미가 내가 못산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영영의 어깨를 주무르자 살짝 간지러움을 느낀 영영이 어깨를 들썩이며 움츠러들었다.

“왜 그러세요. 진짜 충전되서 전기라도 느끼셨나.”

“그게 아니라 살살 좀 주물러요! 진짜 전기 통하는 줄 알았잖아요.”

“미안해요. 이건 내 실수니까 인정할게요.”

혜미는 계속 영영의 어깨를 주무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다 들으셨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과대라서 계속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는 줄 알아요. 혹시 대학 나오셨어요?”

“대학. 대학이라. 사실 이 일을 일찍 뛰어들어서. 이제 지금은 가게하고 있어 사이버대학교나 야간대학아니면 제겐 먼 얘기네요.”
“앗, 말실수를,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영영이 웃으면서 말하자 혜미도 화들짝 놀라서 얼굴을 붉혔고 그가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자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든 간에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그리곤 이번에는 자신이 반대편 의자에 앉으며 그와 마주보고서 말했다.

“저도 오늘 하루 방전된 것 같으니 여기 어깨에 충전 좀 해 주세요. 피로 좀 풀리게요.”

영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주었고 배웅하는 시간이 찾아오자 혼자 가게에 남아 지키는 영영과 혼자 길을 나서는 혜미, 언제나 서로 멀어져가는 그들 사이에는 공허함과 쓸쓸함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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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찻집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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