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문의 PREPARATION(준비)를 OPEN으로 바꿔놓고 재고 목록을 정리한 후, 쓰레기통을 비우고 설거지한 컵과 물을 채운 주전자를 구석 거치대에 두고 빈 티슈들을 채우고 있는 사이, 네 명의 여대생들이 가게로 들어왔다.

“여기야? 네가 말한 그 괜찮다는 곳이?”

“그럼. 우리 과에서 찾아냈는데 몸에 좋은 한방차를 판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저씨가 겁나 똑똑하셔!”

다른 여대생들이 그 말을 듣고 실없이 웃다가 메뉴판을 보면서 궁리하며 말했다.

“뭐, 커피야 마시는 거니까 그렇다 치고, 여기선 뭘 마시지? 뭘 아는 게 있어야지.”

"잠깐만 기다려봐."

그 뭉쳐있던 여대생 중 한 명이 영영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자판기 아저씨. 저희한테 좋은 차 좀 추천해 주세요.”

“어? 이 아저씨가 왜 자판기야?”

“우리 과대 선배가 그러는데 이 아저씨 별명이래. 계산하고 누르는 데로 나온다고.”

“어머, 진짜?”

영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가 그 여대생이 어제 온 혜미의 후배 중 한 명임을 바로 파악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아무래도 손님분들은 당귀차가 좋으실 것 같습니다. 피의 생성과 순환에 도움을 주며 뇌 활동을 촉진하면서 데커신 성분이 뇌세포의 손상을 막고 여성분들에게 좋은 효능을 주는 약재라 공부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여대생분들에게 좋은 차예요.”

“들었지? 이 정도면 제 값 주고 마실 만 하지 않아?”

어제 경험한 혜미의 후배를 제외한 다른 여대생들은 영영의 말에 강한 자극을 받았다.

“헐, 진짜요?  뭐 재료가 재료이다 보니 몸에 좋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대단하네.”

“야, 난 이거 효능이 마음에 드는데?”

“그럼 당장 이걸로 다 살까? 여기 4개 주세요.”

흥분한 여대생들 사이에서 다른 한 명은 차분히 말했다.

“아냐, 내 건 빼. 모르고 아까 카페라테 마시고 왔거든.”

그러자 다른 여대생들은 그 여대생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영영은 그 말을 주의 깊게 듣고는 카운터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찾았다.

“하여튼, 기지배 판 깨는 소리는.”

“야. 내가 어디서 뭘 마시는지 알았으면 마셨겠어?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웃긴다. 너네!”

“에이, 이 좋은 걸 그럼 우리끼리 마셔야 해?”

영영이 서랍 구석에 포장도 뜯기지 않고 떡하니 자리를 잡은 가글 액을 꺼내 그 여대생에게 건네며 말했다.

“손님, 카페라테를 만들 때 들어가는 우유의 유당은 이를 쉽게 썩게 해요. 저쪽에 화장실이 있으니 일단 이걸로 가글을 하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미소를 짓는 영영에게서 가글 액을 건네받은 여대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럼 제 건 포장해서 주세요.”

“올, 아저씨 진짜 자상하시다.”

“게다가 실력파 바리스타 출신이시래, 저기 상장들좀 봐봐.”

”와, 박식하신데다가 실력까지, 멋있으시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여대생들에게 영영은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가게는 언제나 손님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이거든요. 세 분은 여기서 드시고 가실건가요? 아니면 포장?”

여대생들은 영영의 말에 몇 초 정도 정신을 못 차렸다가 다시 정신 줄을 잡고 말했다.

“포장으로요.”

그가 주문을 받은 다음, 차를 만들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혜미의 후배가 무리에게서 단독으로 떨어져 있는 것을 포착하고는 다가가서 조용히 물었다.

“저기, 손님.”

“네? 왜요. 차 벌써 나왔어요?”

“그게 아니라 손님에게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만 잘 해주시면 지금 주문하신 것 20% 할인해 드릴게요.”

그 말에 그 후배의 눈빛이 살아나면서 마치 안내데스크 상담원을 보듯이 적극적인 자세로 말했다.

“네, 뭔데요?”

“그쪽 과에 혜미라는 학생에 관한 건데.”

그 후배는 알아차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혜미라면 한 분인데 혹시 4학년이신 혜미 선배요?  그 선배 말씀하시는 거죠? 음..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약속한거니까 제가 아는 범위에만 대답해 드릴게요. 제가 유언비어나 루머 창작 능력은 오빠들 팬픽 딱 한 번 써본 것 말곤 없으니까 믿으셔도 돼요.”

영영은 한숨을 한번 쉰 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 학생……아니, 그쪽 학과 선배가 성격이 어때요? 혹시 일단 뭐든 저지르고 보거나 그래요?”

그 후배는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히힛, 아저씨. 언니한테 관심 많으신 게 표정에서도 다 보이시네요. 그  언니는 말이죠, 평소에는 과대라 애들에게 신경 잘 써주려고 하고 일처리도 만능이고 친절하긴 하지만. 그 언니 환경이나 처지가 좀 그래서 행동이 재빠르고 고집적인데다가 억척스러운 면이 많아요. 아니 심해요.”

“환경이 왜요?”

“저흰 잘 몰라요. 솔직히 말하면 복잡한 거 뻔히 보이지만 눈치만 보고 서로 알려고 하지 않는 거죠. 그리 궁금하지도 않도요. 게다가 그 언니도 워낙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안해서 저희 같은 저학년은 잘 모르고, 개인사정은 알려고 하지도 말자고 다른 4학년 선배들이 저흴 다그치고 접근 자체를 막으니 금기사항이죠. 한마디로 알아보거나 퍼트려봤자 좋을 거 없으니 서로 그냥 어렵다는 것만 알아요. 그래서인지 알바를 저희가 하는 건 애교일 정도로 두 탕 세 탕 이런 수준이 아니라 완전 잡탕이라니까요. 같은 여자의 체력이 아니에요. 그 언니는. 아! 맞다, 맞다!  저기요.있잖아요. 이건 선배님들에게 들은 건데 정말 소문이긴 하지만 그 언니가 단발인 이유가 길면 일하기 불편해서 안 기르는 거라는 소리도 있어요. 그런데도 공부할 시간이 어떻게 나오는지 공부도 준수하게 잘하니까 저희 학과 내에서는 4학년 선배들 기준으로는 아주 독기를 내뿜는다고 독사, 저희끼리는 지독한 선배로 불리죠.”

“그래요?”

“그렇다니까요. 인간성 면에서는 친절하고 나쁠게 없어서 저희가 좋아하는 과대선배이긴 하지만, 그 언니가 살이 잘 안 찐다는 게 부러운 걸 빼면 저희가 절대로 바라거나 따라 하고 싶은 선배는 절대 아니에요. 그 언니가 밥은 제 때 먹고 다니는지, 잠은 제대로 자면서 사는지도 의문이니까요. 그만큼 애초에 따라하지도 못한다는 거죠, 살이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말라 비틀어질 걸요. 그 많은 일에 치여사는게 옆에서도 뻔히 보이니까 집안이 그리 넉넉지는 않으신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여가시간에 공부 아님 일만 하고 100원도 함부로 안 쓸 철저하고 지독한 관리력에 일밖에 모르니 뭘 모르는 보통 사람이 그냥 따라했다간 며칠 못가 탈진해서 바로 응급실행일 거예요. 그리고 그런 일상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놀러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래야지. 아, 참!! 이거 물어 봤다는 거 언니에게 안 일러바칠 테니 이왕 거래 하는 거 30%로 올려주시면 감사 하겠는데요.”

영영이 그 정도쯤이야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딜을 하고는 부엌으로 돌아갔고 혜미의 후배는 은병 스티커 여러 장을 쿠폰에 붙인 뒤, 다른 여대생들과 대화를 하다가 플라스틱 컵에 담기어 포장된 당귀차를 받아들고 할인된 가격으로 계산 후, 가게를 나갔다.

가게가 생긴 이후로 부쩍 많아진 손님들의 방문에 밤늦게까지 영업을 계속한 영영은 가게 문을 닫고 혜미가 그린 그림을 돌아보면서 깊게 감상해본 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뒷문으로 나왔다.

음식물 쓰레기통의 문을 닫고 위생장갑을 벗어 옆의 비닐을 담는 쓰레기 봉지에 쑤셔박은 영영이 가게로 들어가려다가 주변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자, 조심스럽게 그곳을 쳐다보았고 그렇게 몸을 웅크린 고양이 한 마리의 경계하는 눈과 마주쳤다.





그가 웃으면서 장난삼아 “나비야.”하면서 불러봤지만 고양이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며 도망가자, 영영도 피식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비누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서는 재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어, 윤 형. 나 영영인데 잘 지내지? 좋은 소식인데 여기 황기가 유통기한 지난 것들 처분하니 재고 다 떨어져서 말이야. 내가 늘 주문한 대로 보내줄 수 있어?”

“어, 그래 잘 알았다. 준비해서 되는대로 보내주마.”

수화기 너머에서 남성의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영영이 나른하게 말했다.

“택배로 보내줘. 반대편 지방 쪽 거래처들을 들려야 하다 보니 이번 주말엔 못 갈 것 같아서. 오늘 매상 딴 거에 계좌로 송금해줄게.”

“그래, 좋은 소식이라니까 뭔가 했네. 얌마. 너 진짜 좋은 소식은 언제 이야기해 줄 거야? 네가 언제나 20대일줄 알어?  후후, 나뿐만 아니라 널 아는 주변 어르신들도 사회생활도 하고 젊을 때 딱! 하고 있어야 주변 인정도 받고 인생이 폈다는 소릴 듣는다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줄 아냐.”

“치,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이 형이! 난 아직 젊어. 나중에 돈 좀 많이 벌면 좀 생기겠지.”

“얘가 돈 조금 버는 일 하니 뭘 모르나 보네. 야, 너 아는 많은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면서 언제쯤 너에게 찾아온 좋은 소식을 우리에게 알려줄까 하며 애타게 널 지켜보는 줄 아냐? 너 프라이드와 이름값이 있지.”

“허, 남의 소식에 뭘 그리 신경을 쓰신데. 나야 가게 유지 하는 데 힘 다 쓰느라 그런 거 아직 몰라.”

“임마, 쓸데없는 소리라는 투로 듣지마. 뭐, 언젠가 소식 오면 알 수 있겠지.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 너가 얼마나 아까우면 그러겠냐. 눈치껏 잘 대해 줄게. 이번 건 눈치껏 잘 포장해 보내주마.”

“알았어, 다음에도 부탁해, 형.”

영영은 전화를 끄고 피식거리며 나머지 재고를 주문하거나 주말에 방문하겠다고 현지 거래처에 전화한 후, 추출기를 비롯한 다른 부소 기제를 청소하고 손걸레로 식탁과 유리벽을 닦은 후, 마포 걸레를 화장실에서 빨아와 바닥을 깨끗이 하고는 가게 안의 모든 불을 끈 후, 밖으로 나가 현관문을 다 잠그고 밖에 나섰다.

피곤함이 그의 목덜미를 타고 등에 바짝 붙어있어서 몹시 피로한 그였지만 심상치 않은 그녀에 대한 학과 후배의 말이 자꾸 떠올라 나중에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자신의 차에 탑승해 시동을 건 후,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차를 주차하고 가게 문을 연 후, 재료가 부족한 차 메뉴를 확인하고서 그 메뉴들은 칠판에 적힌 메뉴 항목에서 지워버리고 다기를 정성껏 소독하고 추출기를 점검했다.

손님 맞을 준비에 이상이 없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영영이 카운터에 놓고 간 휴대폰을 확인하자, 밤새 여기에 놔두었던 탓에 확인하지 못한 문자들이 있음을 발견하고 내용보기를 선택하였다.

그 문자에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 이해 좀 해줘요. 그리고 오늘 중요하니까’

라는 내용이 있었고 다음 문자를 선택하여 보자 ‘가게 정리 깔끔하게 외모나 복장도 신경 쓰세요.’ 라는 내용이 있었다.

영영은 혜미의 번호임을 확인한 후,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며 나머지 문자를 확인하자, ‘am 10시에 방문 드리겠습니다. TGS.’ 라는 정말 모르는 번호에서 온 문자를 보고 ‘뭔 스팸이 이렇게 와.' 하며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가 서적을 꺼내와 앉아서 읽던 중, 가게 앞에 한 승용차가 멈춰 서더니 정장을 차려입은 한 여자가 카메라를 비롯해 큰 가방을 든 채로 가게에 들어와 그에게 인사했다.

“어머, 여기인가 보네요. 안녕하세요?”

영영이 책을 책장에 꽂아 놓으며 카운터에 서서 말했다.

“네, 어서오세요. 어떤 차로 준비해드릴까요?”

그녀는 영영이 주문을 받을 채비를 하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눈치를 주다가 웃어버렸고 그는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웃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손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까하하핫, 아! 문자 드렸는데 혹시 못 받으셨나.”

그녀는 스마트 폰을 꺼내 뭔가를 확인한 후,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은 채로 말했다.

“분명 보냈고 수신확인도 되있어서 연락이 안 간건 아닌데, 어째 모르시는 눈치이시니.”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영영은 퉁명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무슨 볼일이시라도?”

“제보하시고 모르시는 척하긴. 자, 반갑습니다. 이쪽 분야에서는 유력한 잡지인 'Trend Goods Shop'의 수석기자 최영희입니다.”

영영이 그녀에게서 명함을 받아들고는 별 감흥없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

“예, 그래서요?”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되는 영영의 태도에 황당해 하며 말했다.

“그래서라뇨? 제가 여기 왜 온 건지 정말 모르세요?”

“예.”

무슨 상황이냐는 말을 하는듯한 그의 표정에 당황한 그녀는 ‘이 남자 뭐지?’라는 생각으로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가게 주변의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어... 음, 이 가게가 요즘 떠오르는 전통 한방차 카페 문화를 젊은 손님들과 연세 있는 손님들까지 건강과 문화 측면에서 모두에게 호응 받으며 새로운 트랜드로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와서요. 다른 잡지들이 한방차 카페들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서 호응을 얻었는데 저희 잡지는 신경 쓰지 못해서 핫 이슈로 기사를 쓰면 좋은 반응이 나오겠다 싶어서 선정했습니다. 인터뷰 가능하시죠?”





그 말을 들은 그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제보를 한 적이 없.”

아침에 날아온 혜미의 문자 내용이 순간적으로 떠오른 영영이 지금이 10시임을 확인하고 설마설마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물었다.

“혹시 그곳 제보가 가게 주인이 아닌 타인이 신청할 수도 있나요?”

“예, 물론이죠. 확인전화 드렸을 때는 여성분이 받으시던데. 직원분이셨나 보죠?”

“그 확인 전화 보내신 번호 좀 제가 확인해 봐도 되나요?”

기자의 말에 혹시나 한 영영이 기자가 보여준 번호가 혜미의 번호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면서 '무슨 일을 상의도 없이 크게 벌이지.'라는 생각을 하다가 가게 현관문의 푯말을 PREPARATION(준비)으로 바꾸고는 기자의 요청에 따라 재료나 메뉴에 적힌 차들의 사진을 찍게끔 도와주었다.

기자는 영영과 테이블에 앉아 녹화용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면서 먼저 물었다.

“전직이 바리스타이시고 상장들로 보아 실력도 있으신데 어떤 계기로 2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한방차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나요?”

“제가 비록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바리스타 쪽으로 직업을 했었지만, 전통차 문화 계승 밑 대중화라는 목표와 한방차의 효능으로 손님들의 건강을 챙겨드리기 위한 마음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공부하고 모든 준비가 됐다 싶어서 창업해 열심히 운영하고 있죠.”

기자는 기록하면서 그의 표정이 약간 씁쓸한 표정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말했다.

“웃으면서 말하세요. 인터뷰 중간 중간마다 사진도 찍고 저희 홈페이지에 동영상 기사로도 나올 텐데 밝고 멋있게 나오셔야 좋거든요.”

그러자 영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아요. 그런 모습, 일단 이 부분은 편집하면 되니까 다음 질문 드릴게요. 전통 한방차를 다루면서 차와 디저트에 어떤 점을 더 신경 쓰시나요?”

“일단 저희 집은 재료부터 현지에서 좋은 품질을 직접 사오거나 그쪽에서 배송 받습니다. 없는 재고는 그날 메뉴에서 제외하고요. 그래서 옛날부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흑차라고도 불리는 보이 차나 황차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문화적으로 국내에서 마셨던 차를 고집하고 차를 우려낼 시, 시간 관계상 제가 특별히 주문 제작해서 만들어진 전문 추출기를 쓰긴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최대한 다기를 사용한다든지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의 경우 분류상으로는 찻잎을 가공해 우려낸 엽차, 말차, 홍차 등만 차로 취급하고 나머지는 대용차로 분류하기 때문에 저희 집은 메뉴판부터 그렇게 표기하여 올바른 차 지식을 알려드리고 좋은 효능의 한방차들을 따로따로 추천하고 소개하면서도 섭취 시 주의사항을 말씀드려서 오, 남용을 예방하려 하고 있고요. 아이스처럼 차갑게 만드는 한방차 메뉴는 문제없도록 찬 성분을 가진 한약재들만 쓰고 있습니다. 디저트로 약과 같은 경우는 옛 방식대로 튀기지 않고 거의 굽다시피 지져서 만드는 걸 예로 들 수 있죠.”

“원료 마련 같은 가게 운영상 비용이 많이 드실 텐데 하면 가게로서 이윤이 남긴 힘들지 않나요?”

“저흰 이윤추구보다 몸에 좋은 전통 한방차를 사람들에게 쉽게 접하실 수 있도록 보급하고 그 존재를 알리는 것과 손님들의 건강을 우선 목표로 하므로 괜찮습니다. 돈 버는 것은 이러한 가게운영에 따라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요즘은 차 원재료나 다기 같은 필요한 물품을 거래처에서 공급받거나 가져오는 저만의 인트라 유통망을 구축해서 손해 보는 경우도 줄었고 손익분기점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다른 한방차 카페와는 차이점이자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바리스타 경험으로 인해서 카페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 퓨전스타일처럼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과 신선한 재료와 자세한 효능 설명 등 고객을 위한 배려, 특히 가게 이름에 무림이 들어가고 실내장식들로부터 형성되는 그쪽 계열의 분위기를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전통차 문화의 희석이라는 우려도 받지만 조만간 다기를 들여와 관심 있는 손님들에게 차나 다도에 관한 팸플릿을 패키지로 해서 판매할 생각입니다. 최대한 전통 차 문화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니까요.”

영영은 자기 의도가 아닌 타인의도가 반영된 걸 자기 몫으로 돌리려니 뭔가 많이 찔렸지만, 가십거리를 바라는 기자가 앞에서 기록하고 있는 판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걸 감안하고 말했다.

“가게 이름의 유래는 뭔가요?”

“무림의 단 하나의 검. 즉 커피 등을 다루는 카페 문화를 추구하는 강호 같은 가게들에 맞서서 저희 가게는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전통 한방차라는 하나의 검으로 전통 한방차 대중화와 손님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시장이라는 무림에서 승부를 겨루겠다는 의미였죠.”

“그럼 무협소설 팬이신가요?”

“아뇨.”

영영의 말에 기자는 손을 저으며 카메라를 끈 후 말했다.

“장난해요? 지금! 그런 의미로 가게 이름도 짓고 분위기도 다 그쪽 계열로 만들어 놓고선 무협소설 팬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요! 읽는 이에게 공감과 흥미를 이끌게끔 해야죠.”

영영이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자의 말에 수긍한 후 말했다.

“그럼 다시 가죠.”

“좀 신중히 생각하고 말하세요. 저흰 정말 이쪽에서는 영향력이 있으니까요. 말씀드렸듯이 다른 잡지들에 비해 저희 잡지가 그쪽과 같은 업계 키워드에 늦어서 이 기사를 특집으로 내보낼 거라고요.”

기자는 영영과 말을 맞춘 후, 카메라의 녹화버튼을 누르고 신호를 주면서 질문을 이었다.

“그럼 무협소설 팬들을 위하신 면이 크신 거네요?”

“예, 배려했죠. 마치 무림에서 세상살이라는 전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인테리어 되었습니다.”

“인근에 대학교가 있어서 카페가 밀집된 위치인데 주로 어떤 고객들이 찾으시나요?”

“전에는 건강을 생각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찾으셔서 목에 좋은 진피 차, 감잎차, 도라지 차등을 많이 드셨는데 이제는 젊은 대학생들이 몸에 좋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카페스타일의 친숙함 때문인지 많이 찾아 주십니다. 소수 정말 좋은 분의 도움도 받고 있고 이를 피드백하여 더 고객님들께 다가가려 서비스 자체를 좋게 하려고 하고 있죠.”

“앞으로 가게 운영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실 디저트 부분에서 저희가 취약한데, 하다못해 다른 떡 카페들이 전통 음료 밑 한방차 쪽으로 손을 끼치는 데, 경쟁력을 고려해 저희 집은 전통 한방차 문화의 고집이 아닌 현재의 카페 문화와 한방차 문화의 조화와 공존, 그리고 보존을 추구하기 때문에 수정과, 식혜, 배숙 같은 건강 음료와 설탕 버터 대신 자연산 대용품으로 만드는 마크로비오틱 디저트나 화전 같은 퓨전 풍 메뉴들도 개발할 생각입니다. 하나의 틀에만 치우치거나 영업적인 이윤추구보다는 고객들이 좀 더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하고 영양 있는 한방차와 전통 음료 디저트를 맛보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네, 손님의 건강이라는 면에 중점을 두는 전통 한방차 문화를 지키면서도 카페 문화의 틀 안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퓨전’이라는 개념을 창출해내고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좋은 재료로 과거와 현재가 융합된 문화 상대주의적인 가치를 내놓는 ‘착한 가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전통 한방차 카페 ‘무림일검’ 이었습니다.”

기자가 녹화를 끝내고 스마트 폰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영영의 사진을 여러 번 찍자, 그것을 지켜보던 영영이 웃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님. 인터뷰도 그렇고 꽤 사진을 잘 찍으시네요.”

“수석기자 자리에 오를 때까지 하다 보니 늘게 되는 거죠. 아! 지금 그 표정 좋으니까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그대로, 몇 컷 더 찍을게요.”

영영은 기자의 요구대로 사진을 찍다가 유리창 밖의 움직이는 무언가 들을 발견하고 자세히 살펴보자 취재 모습을 지켜보는 소수의 무리들 중 손을 흔들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매우 낯익은 얼굴의 여인을 보고 당황했다.

“에이, 그런 표정은 찍는 의미가 없잖아요! 좋은 컷으로 찍어야 하는데 좀 웃어 봐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솔직한 표정의 영영에게 기자는 사진을 계속 찍으며 어필했다.

“그리고 그쪽도 몇 번 맞췄을 뿐인데 일목요연하게 말씀 잘 하시던데요. 암기력이 뛰어 나신 거 같아요. 뭐, 저야 덕분에 취재도 순조롭고요.”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네. 참, 저기 과거 손님을 접대하던 사랑채, 양반 규수들이 썼던 규방 콘셉트로 잘 꾸며놓은 방들도 몇 장 더 찍고, 주변 그림들도 예쁘니까 이미지 사진처럼 예쁘게 찍을 게요. 추가로 이 집에서 파는 한방차 종류와 효능만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뭘 파는지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니까요.”

“네, 그러죠.”

기자는 자신의 카메라를 가방에 넣으면서 그를 향해 말했다.

“사실 뒷북이긴 해도 여길 놓칠 수 없었던 게 이런 소재를 하는 업체도 이제 많지만 지금 건강과 이미지를 추구하는 현대 소비문화에서는 좋은 아이템이거든요. 확실히.”

“그래요?”

“그럼요. 다만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이 집은 다른 전통차 카페나 일반 카페에서 전통 차 메뉴 몇 장을 파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와 이미지가 드러나요. 좀 더 두드러지는 개성이라고 해두죠.”

영영이 기자에게서 대답이 바로 나오자 당황하며 황급히 메모지에다가 차들과 효능을 다 적은 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참고로 이 기사는 편집부가 자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쪽에게 좋은 쪽으로요.”

“뭐, 저에게 손해만 없으면 되니까요. 안녕히 가세요.”

그가 그녀의 인사를 받은 후, 선물로 준 포장된 한방차를 들고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까지 넋을 놓고 지켜보다가 혜미가 후배로 보이는 무리를 밖에서 대기시켜 놓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쪽이 신청했죠?”

영영의 따지는 듯한 말투에 그녀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네. 잘했죠?”

영영은 그 말에 뒷골이 땅겨서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가게에서 일을 벌일 땐 나에게 먼저 좀 알려 주고 하라고요!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알아요?”

혜미는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뭐가 문제냐는 듯 말했다.

“방금 우리 가게라면서요? 그쪽과 나의 가게라는 소리인데 내가 손 좀 볼 수도 있는 거 아네요?”

“그런 걸로 말장난하지 말아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혜미가 대답했다.

“아니, 뭐가 문제람. 난 분명히 준비하라고 문자 보냈어요!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니까 취재도 잘하고 갔는데 그저 멍석을 깔아주면 자기 혼자 단독 콘서트를 열어버리니 원.”

영영이 혀를 끌끌 차는 혜미를 보며 자신이 어제 가게에 휴대폰을 놓고 갔음을 깨달아 오랜만에 집에 들어간 자신을 원망하며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어쨌든 고맙네요. 신경 써줘서.”

“그쪽 계열에서는 유명한 잡지니까 기사가 나면 광고 효과가 있을 거예요. 소재도 아주 흔한 것도 아니니 흥미를 끌 수 있고요, '뭔가 독특한 것을 광고하라, 광고도 판매되어야 한다'라잖아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그게 누구에게서 나온 말인데요?"

"오길비요."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말도 했나요."

그 말에 혜미는 기겁했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기가 막혀서 풉하고 폭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헐. 푸히히힛. 자판기 아저씨 생각지도 못 한데서 빵 터트리네욬. 우리나라에 데이비드란 성도 있어요? 키킼."

영영이 무안해해자 혜미가 웃음을 못 참고 자신의 배까지 툭툭쳐가며 말했다.

"설마 성이 '오'씨라고 생각한거 아니죠?  으히히힛. 악, 배아펔크킄. 아훞 너무 웃었엌. 아아앜."

점잖은 헛기침을 하며 오해할만 하니 그만하라고 하는 그를 보며 혜미가 겨우 진정하면서 말했다.

"앜, 아. 그건 진짜 충분히 오해할 수 있으니 넘어가고, 너무 웃어서 죄송하고요. 그나저나 인터넷에는 블로거들이 아저씨 카페에 대해 의견이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프라인에서도 대학교 주변마다 좋은 소문이 퍼지고 있고요.'모든 광고는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어떻게든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니 분명히 저 기사도 엄연한 광고가 되서 가게 이미지 홍보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거죠."

영영은 그녀에게 미안한 듯이 말했다.

“그런데 이건 내가 혼자 한 게 아니라 그쪽이 다 도와주는 건데 인터뷰가 저에게 집중되어버렸어요. 왠지 혼자 생색은 다 내는 게 가식같아 마음에 걸리네요. 사과할게요.”

“아뇨, 아저씨 가게고, 그 가게에 대한 기사인데 제가 왜 끼어들어요. 그런 걸 사과할 거면 저에게 방금과 같은 말보다는 ‘고맙습니다. 이렇게 신경 써주시니 영광이옵니다.’라고 하던가요. 아님 아까 웃은 거랑 합쳐서 쌤쌤으로 끝내요.”

그녀의 능청스러움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래, 참... 알았어요. 뭐 마실래요?”

“몸에 좋은 걸로요.”

그녀의 말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다 몸에 좋은데요.”

“아, 그랬지. 아무거나요.”

혜미가 창밖을 바라보며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몇몇 후배들이 비로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저렇게 세워둬도 돼요? 후배한테 엄청 가혹하시네.”

“가혹은 무슨... 전단지 나눠주면서 안에서는 시간 오래 걸리니까 밖에서 미리 메뉴 정하고 있으라고 배려한 거예요.”

“전단지라뇨? 어떤?”

영영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바라보자 혜미는 자신의 가방에서 보통 책 두께의 전단지 뭉치를 꺼내어 그에게 보여 주었다.

카페의 메뉴가 적힌 홍보용 전단지임을 확인한 영영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잠깐잠깐.. 잠깐! 이거 돈 좀 꽤 들었을 텐데요.”

혜미는 염려 놓으라는 미소로 주먹에서 유일하게 핀 집게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

“에이 지레 겁먹긴. 제가 인쇄소에서 일해 봐서요. 아는 사람들에게 할인 받았습니당! 나중에 주변에 뿌릴 거고요.”

영영은 그녀의 후배마다 손에 들고 있는 그 전단지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럼 플라스틱 컵과 빨대는요?”

“제가 그런 것 만드는 공장에서 일 해봐서 아는 공장 관계자분들께 저렴하게 받았죠.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원가로 더 싸게 말이죠.”

흐뭇하게 미소짓는 그녀 앞에서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외쳤다.

“대체 어떻게 사는 거예요?  진짜 소름이 다 돋을만큼 대단하네요. 정말.”

“그걸 이제 아셨어요? 인맥과 실력, 경험이 저의 재산이자 능력이니까요.”

그녀의 능청스럽고도 자신감 넘치는 웃음에 영영이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혜미의 뒤에서 딴짓하고 있는 후배에게 말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들은 어떤 걸 찾으시나요?”

그러자 그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음.. 저는 아이스 감잎차요.”

“전 저거저거 녹차라테요.”

“아이스 오미자차 하나도요.”

그 말을 들은 혜미는 후배들에게 핀잔을 주며 말했다.

“야, 너희는 왜 늘 같은 것만 마셔? 딴 것들도 좀 시켜 먹어!”

후배들은 삐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니, 시켜본 게 게 그것밖에 없는 걸 어떡해요? 안 그래도 맛에 겨우 적응했는데.”

“그러니까 이 선배, 아니, 이 언니 말은 있지? 이번 기회에 말이야. 딴 것들도 좀 마셔보며 알아보라는 거지!”

영영이 주문을 확인한 후, 그녀를 쳐다보자 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걸어가면서 마실 거예요.”

"여기 와이파이 되요? 비번 걸려있는거 같은데."

한 후배가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물어보자 혜미가 말했다.

"응. 여기 와이파이 돼. 자판기 아저씨. 비번이 뭐예요."

"네. 손님. 저희 와이파이 비번은 여기 아래에 써있습니다." 영영이 웃으며 카운터 아래에 붙여진 종이를 가리키자

그 종이를 본 혜미는 'WI-FI 비번: jin00000'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당황했고 영영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그가 주문을 받아서 차를 내오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간 사이, 한 후배가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한번 치면서 말했다.

“아, 맞다. 언니! 그거 알아요? 주변 카페마다 오미자, 매실차라든지 과일종류랑 차 같은 웰빙 쪽으로 새로운 메뉴들이 나오고 있는 거요.”

“맞아. 게다가 요새 할인 행사도 하잖아. 난 쿠폰 두 번만 더 모으면 삼천 원 음료가 공짜야.”

혜미는 주변 시선 때문에 억지로 웃는 게 다 드러날 정도로 후배의 말을 심각하게 경청하고 같은 공간 안에 차를 만들면서 그 말을 들은 영영은 그러던가 하는 태도로 태연히 자기 할 일을 계속했다.

“언니, 우린 어차피 카페를 자주 가니까 이런 추세가 좋긴 한데, 요즘 골목 주변마다 카페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요. 어차피 우리 눈으로 봤을 때는 다 상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기본적인 전략이지만.”

“그래?”

혜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요새 동네상권이 다 그렇지. 시뻘건 레드오션이잖아. 그리고 학년 높은 내 눈이 너희보다 더 정확한데 일단 너희는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레포트나 쓰렴. 얼마나 남았다고.

영영이 코웃음을 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쪽도 이쪽 신경 쓸 시간에 레포트나 신경 쓰시지?’

“치, 선배는. 이런 것도 다 배경지식이라고요. 현장경험이 중요한거 아네요? 그리고 학문적이잖아요, 학문적!”

영영은 주저리 떠드는 그녀들에게 주문받은 차를 건네주자, 혜미가 후배들을 먼저 내보내면서 말했다.

“주변에서 이제야 견제가 들어오나 보네요.”

“크게 신경 써야 하나요.”

그녀는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며 말했다.

“아마 손님들을 체감적으로나 잠재적으로나 많이 뺏길 거예요. 다 전문점들이고 마케팅 및 인지도면에서 더 손님들에게 편하고 이쪽 계열 시장유동에 다 능숙하니까요. 한정된 기존 시장을 얼마나 뺏어오느냐 하는 게 관점이니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위기관리가 중요한데, 가게 대표이신 영영 씨는 정직하게 하던 대로만 하면 돼요. 지금까지도 어차피 안에서 손해를 줄이지 못한다면 손님들에게 최고의 상품과 진실된 서비스로 신뢰를 주고 그 수익에 기댈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아저씨네 손익분기점이 예측 자체가 좀 카오스라 경제적인 타격 걱정은 되네요.”

“네, 뭐, 예전에도 돈에 연연하지 않았으니 그건 신경을 안 써서. 그것보다 저기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녀가 그 말에 "네?"하고 놀라 뒤돌아서 영영을 쳐다보자, 영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만 시키지 말고 떡 같은 디저트도 좀 사가요. 재고가 놀고 있어서요.”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해진 혜미는 투덜거리며 한 마디만 말하고 나가버렸다.

“알았어요!”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영영이 의자에 앉아 푸념하듯 말했다.

“진짜 무슨 효과가 있으려나, 바뀌어 가는 모든 것들 다.”

밤이 깊어지자 의자에 앉아 쪽지를 폈다가 아무래도 몸이 뻐근해져서 계속 의자에서 자서 그렇다고 생각한 그는 쪽지를 집어넣은 뒤, 아무 방에나 들어가 창고에서 갓 먼지를 턴 포장덮개에서 꺼낸 전기장판을 깔고 이부자리를 핀 채, 코드를 꽂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자, 스마트 폰의 알람소리에 깬 영영은 따뜻한 장판 위 이불에서 뒤척거리다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켠 후, 오랜만에 푹 잔 것에 흡족해하며 마치 옛날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주변 분위기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잔 방이 양반 댁 아녀자들이 머물렀던 규방임을 확인한 상남자 영영은 눈을 비비면서도 민망한 기분이 들었고 하필 깐 이불과 덮은 이불도 꽃무늬 이불세트라 묘한 분위기가 이루어져 삽시간에 일어나 상의를 벗은 뒤, 잔 표시가 그대로 드러나는 덥수룩해진 머리를 감으며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품위를 단정히 하고 이부자리를 갰다.

기지개를 켜고 햇빛과 바람을 맞을 겸 뒷문으로 나온 영영의 시야에 주변을 돌아보다 낯이 익은 고양이가 바닥에 앉아 있다가 자신을 보고 벌떡 일어서는 것이 비쳐졌고, 고양이에게 방해될까봐 별로 신경 안 쓰려던 영영은 순간 재밌는 생각이 나서 자신의 재료 재고상자를 들쳐서 현지에서 보내준 목천료[각주:1]가 같이 든 박스를 열어보고 급하게 보냈는지 가지와 잎이 대충 상자에 들어갈 수있을 정도로만 뜯겨져 담겨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중 가지 하나를 적당히 뜯어다가 고양이한테로 살짝 던져주었다.

고양이가 처음에는 뭔가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후다닥 도망가는 것을 보고는 살짝 실망한 영영이었으나 뭔가 낌새를 눈치 챘는지 조심스럽게 다가가 가지를 탐색하다가 재빨리 가지를 물고 놓치기를 반복하면서 이리저리 몸을 뒹굴며 재롱을 떠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는 역시 개다래가 직빵이라고 혼잣말과 함께 박스에서 가지 하나를 더 꺼내 던져준 후, 가게 안으로 들어와 현관 문을 열고 손님이 오기 전 차 트렁크에서 노트북을 꺼내와 마크로비오틱[각주:2] 레시피를 검색해 메뉴를 연구해 가며 손님들에게 어떤 차와 다과, 디저트를 대접할지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1. 木天蓼:개다래나무의 가지와 잎, 약용, 중풍, 산통 백전풍{백반증}에 효능)와 목천료자(木天蓼子:개다래나무의 열매, 대게 식용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므로 벌래가 기생하여 물러진 것을 약용, 요산배출에 효과가 있으며 중풍, 구안와사, 요통, 복통에 효능 [본문으로]
  2. 설탕, 버터 대신 곡, 채식 자연산 대용품으로 요리하는 식생활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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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찻집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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