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미디어 취재도 몇 번 받아가며 부쩍 늘어난 손님들을 맞이하던 영영은 수능철때 자녀를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방문으로 재고가 부족해져 현지로 가서 부족한 것을 사러 가게 문을 며칠 열지 못한 것 빼고는 순탄하게 가게를 운영했다.
게다가 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인지 시험철의 영향인지 학부모와 교수들 및 학생들의 입소문과 인지도 상승으로 혜미의 말처럼 시험기간이 다 끝날 때까지 건강, 특히 집중에 도움을 준다는 한방차들은 영영이 자주 현지 농장으로 가서 재고를 대량으로 사와야 했을만큼 그 전보다 소요가 많아졌다.
몇 주 뒤, 바람이 세상에 그 차가운 속내를 매섭게 드러내기 시작하고 대학교가 기말고사를 볼 무렵, 영영의 가게는손님들의 발길이 훨씬 더 잦아졌다.
잣과 호두를 이용한 봉수탕이 수험생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돌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이튿날 긴급히 지인의 농장에 재고를 주문한 영영은 봉수탕 일시매진이라고 카운터에 써 놓고나서 방과 홀 청소와 주문, 요리, 설거지를 하느라 시종일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기요. 여기 배숙 하나랑 라테아트를 한 녹차라테 하나, 살얼음을 올린 포도갈수 하나하고 복숭아 화채 하나 주세요."
대학생 손님의 주문에 영영이 포스기에 주문내역을 기입하면서 물었다.
"네, 손님, 나올때 시간좀 걸리니까 싸인해주시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다 포장이신가요?" 영영이 인사와 함께 부지런히 차와 화채를 만들면서 말했다.
"저기 방에서 마시고 싶은데요. 왜 다 찼어요?"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예약제라서요. 일단 10분정도만 지나면 다음 예약이 아직 없는 두번째 방에서 손님들이 머무르실 수 있는 시간이 끝나니까 정리되는대로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일단 쿠폰 받으시고,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계산을 끝낸 영영이 양해를 구하자마자 가족으로 보이는 다음 손님들이 들어와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
"저기요, 따뜻한 도라지차 하나랑 증편 세트 하나, 곶감수정과 하나랑 원소병[각주:1] 하나로 주세요."
"네, 혹시 도라지차 마실 손님분에게 죄송하지만 혹시 헛기침이 나온다던가 소화가 안된다거나 속이 안좋으신 편이신가요?"
"아뇨, 왜요?"
"도라지는 마른 기침이나 평소에 소화력이 약하신 분들에게는 부작용이 있을수가 있어서요."
"아 그래요? 뭐, 딱히 그런건 없는데." 손님이 뜻밖의 정보를 듣고 영영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시면 스팀오븐을 이용하는 증편도 그렇고 원소병이 떡 삶고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러죠. 어차피 방에 들어가서 먹을려고 30분 후에 들어가는 걸로 예약해 놨는데 나올때까지 기다리면 자리 날거 같은데요. 그치 여보?" 남자의 말에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애들과 이야기하자 영영이 말했다.
"음.. 네, 드시고 가시는 거죠? 그럼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가게문을 열고 카운터를 살피며 영영을 찾아온 혜미가 부쩍 많아진 손님들 및, 벽화를 보고 감탄하거나 사진을 찍는 몇몇 손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주문과 함께 디저트도 만들며, 남는 시간에 설거지하는 바빠진 영영의 모습 하나하나를 살피다 살며시 다가가 말했다.
"아저씨, 여기 주문좀요."
"아, 손님. 기다리시는 분도 계시니 차례를... 아, 그쪽이었어요?"
혜미는 정신이 없는 영영의 놀란 몸짓에 키득키득 거리며 대답했다.
“푸히히힛, 와, 장사 잘 되네요. 하긴 시험때는 건강이 최고죠.”
“장난치지 마요. 지금 많이 힘드니까.”
"안 그래도 그래보이는걸요. 뭘. 진동벨이라도 있으면 더 나았을지도요."
영영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이 가게 운영하면서 진동벨이 필요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헐."
그말에 정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은근슬쩍 부엌 안에 들어가 그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도와 드려요? 저 이런 부분에서는 베테랑인데. 저 돈 세는 거랑 계산도 빨라요.”
영영은 길게 한숨 쉰 후, 대답했다.
“네.”혜미는 능숙하게 손님이 머물렀던 자리나 쓰레기등 홀을 정리하고 영영이 주방일에만 전념할 수있게 카운터를 보았다.
"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혜미가 웃으며 나이가 많이 드신 손님을 맞이했다.
"으음, 그러니까 말야. 아까 녹차 2잔하고 다 마시고나서 입가심하기 개운하게 말이야! 고 숭늉을 대접에 담아서 두 그릇이랑 그, 저기 눈이 침침한데 저기 써진거 말여."
메모지에 받아적던 혜미가 손님이 메뉴판에서 가리키는 부분을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고구마양갱 말씀하시는 거죠?"
"그려, 그려! 그게 말야 좀 맛깔나더라고! 그걸로 3개만 줘."
"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드시고 가실건가요?"
"그려! 여기서 먹고 갈껴."
"예, 현금 받았고 현금 영수증 하실건가요?"
"여기 딸내미 번호인디 잘 몰라서 그러니께 좀 눌러줘." 손님이 폰으로 번호를 보여주자 혜미가 웃으며 포스기에 대신 입력해 처리해주었다.
"네, 여기 쿠폰이랑 거스름돈이요. 쿠폰 붙이는 카드 있으세요?"
"자, 여기. 글고 남은 영수증은 걍 버려부러."
햬미가 손님이 준 종이카드에 쿠폰인 은병 스티커를 붙여주면서 말했다.
"네, 자리에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아저씨! 여기 주문 써놨으니까 바로 만들어주세요."
"그쪽에다 놔둬요. 이것만 완성하면 보고 바로 내오게."
혜미가 메모지를 두자마자 카운터로 손님이 탕관을 들고 찾아와 말했다.
"저기요, 여기에 뜨거운 물좀 리필 부탁해요."
중년의 여성손님에게서 탕관을 받고 주방에서 끓인 물을 담아 건네준 혜미가 위생장갑을 끼고 복숭아 화채를 만들던 영영에게 말했다.
"근데 정식은 아니더라도 여기서 직원처럼 일한 시간이 많은데 나도 아저씨가 입은 바리스타 정장같은 유니폼 맞춰줘야 되는거 아네요?"
혜미의 장난기 넘치는 말에 영영은 긴 한숨을 쉬며 미리 만든 배숙과 화채를 쟁반에 담았다.
"아, 왜요. 푸념만 하지말고 좀 받아줘야지. 아저씨의 정갈하고 깔끔해보이는 근무복장 패션이 나한테 어울릴지 누가 알아요?"
"나만 보면서 이야기 하지말고 손님들도 아까처럼 집중적으로 봐주실래요? 지금 그쪽이 보다시피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러자 혜미는 포도갈수를 준비하던 영영에게 일침을 가했다.
“아니, 답답하긴! 진작 알바 생을 구하셨어야죠. 손님이 늘어나면 할 일도 늘어난다는 거 몰라요?”
영영은 냉장고에서 꺼낸 포도갈수의 만든 날짜를 확인하면서 컵에 담아 정향가루를 뿌리고 살얼음을 올리며 말했다.
“손님이 이렇게 많아 봤던 적이 없으니 모르죠.”
“바리스타 시절 때는요?”
“그땐 내가 부엌에 박힌 채로 커피 만들고 라테아트나 했으니까 모르는 거고요.”
그러자 혜미는 씩 웃으며 카운터로 온 손님의 주문을 받고 건네받은 체크카드를 현금 지급기를 통해 결제를 도와주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도 박혀있네요. 부, 엌, 에.”
뭔가 한탄스러움이 고막과 뇌리를 타고 흘러서 온몸을 떠나지 않는 영영이었지만 꾹 참고 하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주문 들어온 녹차라테의 우유 거품에 스틱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거 아세요? ‘무림일검’이라는 집 부엌에는 진영영이라는 가보가 고이 모셔져 있데요. 아주 국보급이라 함부로 밖에 내어 보일수도 없나 봐요.”
“아, 제발! 좀, 네?”
혜미의 웃음기 실린 농담에 짜증이 난 영영이 버럭 화내고 라테를 확인하자, 라테에는 자신의 글씨로 정직하게 ‘제발! 좀, 네?’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무의식적이었지만 자신이 직접 썼기에 당황한 영영은 황급히 우유를 다시 붓고 글씨를 지우면서 카운터 일을 돕는 혜미를 째려보며 짜증을 부렸다.
“어휴, 진짜. 쓸데없는 말로 일 두 번하게 하지 말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우유 거품기를 신기하게 만지던 혜미는 좀 낯익은 아저씨들 두 명을 포함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덟 명이 가방을 들고 가게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바쁜 영영을 살피고는 부족한 일손을 도와 주문을 받았다.
“어서오세요. 무림일검 입니다. 손님 주문 받겠습니다.”
그러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이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진영영 씨가 어디 계시는지? 혹시 이 여자 분인가?”
“아닙니다. 남자분이라고 들었는데 이 숙녀 분은 직원같습니다.”
혜미는 저번의 샘플을 수집해 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오신 직원분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급히 영영을 불렀다.
“영영 씨! 빨리 나와 봐요!”
그 말을 들은 영영이 투덜거리며 녹차라테가 담긴 찻잔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자, 가게를 방문했던 직원이 가져온 서류를 몇번 확인한 후, 나이가 든 분에게 나즈막히 말했다.
“진영영 씨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반갑다는 듯 그가 악수를 청하자 영영은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찻잔을 내려놓고 재빨리 손을 내밀어 악수했지만, 순간의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졌다.
“젊은 사람이 너무 힘이 없는 거 아닌가. 허허허.”
“아하, 하하하.”
가게에 흐르는 오묘한 분위기에 그들을 집중하던 손님 중 몇몇은 피식거렸고 영영은 당황해서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저기 누구신지 여쭤봐도."
"아, 그 전에 일단 우린 식약청에서 나왔네."
그는 가게를 훑어보며 영영이 차 별로 구매했던 현지 농장에서 찍은 방문한 날짜와 주소가 적힌 사진들과 현지에서 택배로 받은 물품에 대해 개인정보를 삭제해 거내내역만 적힌 송장들, 그리고 자세하게 적힌 유통기한 표시들과 차(茶)별 설명이 적힌 코팅지들이 단정하게 전시돼 있는 걸 바라보며 말했다.
“오, 직접 현지 농장에서 구매해 오는군. 유통기한도 잘 표시되어 있고 말이야. 여기가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모범가게 아닌가. 하하.”
영영은 애써 웃음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고 혜미를 비롯한 몇몇 손님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당황하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일단, 저희 지방 식약청 검사결과, 이 가게에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영영과 혜미는 가게를 방문했던 직원이 말하는 것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한 반응을 보이면서 스마트 폰을 만지거나 서로 웅성웅성 말을 주고받으며 쳐다보았다.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평소에도 신경쓰는 거지만 걱정을 했는데.”
“그리고.”
그중 한 명이 가방에서 한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이렇게 불쑥 와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만 진영영 씨에게 저희 지방 식약청이 표창 패를 수여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네?”
영영을 비롯한 모두가 놀라자, 직원이 설명을 위해 말을 이었다.
“일단 절차가 복잡하게 된 것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도 이미 메일을 보내려고 알아봤더니 다 휴면 메일이고 전화도 안 받으셔서 문자로도 이 소식을 보내드렸고, 그마저도 반응이 없어서 없는 일로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민원이 들어온 걸 무시할 수도 없고 저희가 행사 일정을 예산을 생각해 미리 잡아놔서 변경하기도 조금 곤란한 감도 있는지라 무효로 하기에는 그것대로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국가정책에 국민에게 청정 먹거리를 제공하잔 슬로건이 있고 우리 식약청과 저 위의 식약처가 국민건강을 생각하며 민간에게 친절히 다가가는 국가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위해서도. 험험, 여차여차 이번에 위생검사에 해당 업소가 접수된 걸 확인한 후, 잘되었다 싶어 그대로 이렇게 현장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 최근에 지방에 재고 사러 갔었는데 그래서 못 받았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나이 드신 분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돈에 연연하지 않고 국내 지방 현지에서 차 재료나 약재를 고집해서 제값 주고 사오며 그곳 농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네. 그런 점에서 자네에 대한 추천이 그 지역에 식품 위생을 하러 갈 때마다 알게 되었는지 우리 쪽에도 들어왔고 알아보니 여기 지자체에도 그런 칭찬이 많이 투고되었더군. 이를 고려해 우리가 추구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진정 이바지한다고 생각하고 영리적 이득을 취해야 하는 업소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신경 쓰지 않고 건강을 더 추구한 것이 위생안전 우수업소 중에서도 매우 헌신적이고 본보기가 된다고 판단하였기에 이렇게 표창장을 수여하네.”
영영이 상자에서 꺼내진 표창장을 건네받고 고개를 숙이자 다른 직원들과 그들이 부른 기자 몇 명도 기다렸다는 듯 사진을 찍었고 가게 안에서는 환호성과 축하 박수가 쏟아졌다.
“좀 더 친근해 보이게 가까이 붙어서 사진 잘 나오도록 미소 짓게나.”
“아, 네. 뜻밖이고 이렇게 받고 싶어서 지금까지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아닐세. 칭찬받을 만 한 건 칭찬해야지. 아, 그리고 말일세."
"네."
"연락 좀 잘 받게. 젊은 사람이 말야. 사회생활 기본 아닌가?"
"아, 네. 혹시 드시고 싶은 차 있으십니까.”
“아니야. 나중에 퇴근하면 건강 생각해서 마시지 뭐, 자자, 사진도 다 찍었고 수여식 끝났으면 바로 해야 할 공무가 많으니까 이만 나가 보겠네. 거기, 차에 시동 걸게나! 어이 기자 양반. 이쪽으로.”
나머지 직원들이 그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메뉴판이나 혜미가 그린 벽화의 사진을 찍던 다른 몇몇 기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게에서 나가고 표창 패를 든 영영에게로 다른 기자의 인터뷰와 함께 축하의 말이 오가면서 손님들의 주문이 폭주하여 영영과 혜미는 잠깐이나마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해가 지는 저녁때가 되어 가게가 조용해지자, 영영은 고생하다 못해 녹초가 되어 널브러진 혜미의 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시험은 잘 봤어요?”
“히힛, 내가 누구예요. 이래봐도 과탑이랍니다. 실습도 갔다 왔고 잘 보긴했지만 나머지 시험이 남았어요. 그걸 졸업이랑 연관 지어서 볼 것 같아 골치 아프죠.”
“그래요?"
“대학생이니까요. 뭐, 영영 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생각해 봐야죠. 그쪽에서 이해해줄 수 있을 만하게 머리를 써야 하지만.”
혜미는 표창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멋있네요. 저게 손익분기점이랑 바꿔먹은 소신의 증표인가요?”
“글쎄요, 저는 정말로 이런 상황이 닥칠 줄 몰랐는데요.”
그렇게 말하던 영영은 주문받은 대로 차들을 내오다가 두 여학생이 가게에 들어오자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메뉴를 확인하던 여학생들은 서로 뭔가 아니라는 듯 대화를 하더니 겸연쩍은 미소로 말했다.
“죄송해요. 다른 카페로 착각해서요. 저희 그냥 나갈게요.”
그러자 영영은 웃으며 카운터로 들어가서 말했다.
“손님,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오셨겠지만 나가실 땐 그냥은 안 되시죠.”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남아있는 혜미가 인쇄해 온 전단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서운하니까 맛보고 싶은 차가 있으면 저기 뒤쪽에 조그만 종이컵이 있으니까 무료로 시식해보고 싶으신 걸 골라보세요. 다 그날 배송 안 되면 찾아가느라 영업 포기 할 정도로 현지에서 가져온 효능 있을 재료들만 취급하다 보니까요.
두 여학생은 서로 어떻게 하느냐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고민을 하더니 메뉴판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게 뭐야? 메뉴들이 채소, 과일이나 꽃 이름만 빼놓고 뭐라고 써진 건지 다 처음 봐."
“뭐, 무료라고 하시니까, 진짜 한약이름 같네, 저기 여기서 구기자라는 게 뭐에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영영은 재빨리 안쪽에 있는 구기자차 포스트잇이 붙은 공책을 피고 곁눈질 하며 말했다.
“구기자는 구기자나무의 열매이고요. 저희 집은 이 구기자를 달인 차를 취급합니다. 동의보감에 ‘구기자는 근골(筋骨)을 단단하게 하며 정기(精氣)를 보충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며 장수하게 한다고 나와 있어요. 잇몸이 허할 때 복용해도 좋고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생기게 도와주며 간장·비장을 도와주는 기능이 있고, 불포화지방산도 많고 피로회복과 산화 방지 물질이 공급되어 피부에 쌓인 지방 축척 물인 셀룰라이트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 피부에서 윤이 나고 탄력 있게 해주니 겨울철에 피부가 거칠어졌을 때 구기자를 섭취하면 도움이 되죠. 다이어트에도 좋고 이밖에 신경쇠약에도 효과가 있고 기미, 주근깨를 없에준다고 해요. 게다가 진정작용을 해 스트레스나 피로회복에 도움도 주고요. 다만 찬 성분이라 몸이 차신 분들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해요.”
그의 말을 듣던 눈치 빠른 혜미는 고개를 돌리며 ‘무서운 양반. 부정행위 솜씨 보소. 모범은 무슨. 내가 약장수를 키웠어.’라며 푸념하고 두 여학생은 말을 듣고 감탄하며 들뜬 상태로 말했다.
“와, 아저씨 대박! 그거 다 외우고 말씀하신 건가요?”
“뭐. 손님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요.”
이제는 자신감 가득한 영영의 능청에 해미는 고개를 돌리며 치를 떨었다.
“어머, 진짜요!!! 저는 그걸로 할래요! 이거 결재해주세요. 너는?”
“난 뭔가 설명이 쩔긴 한데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녹차로 할래.”
영영이 결재를 도우면서 말했다.
“혹시 구기차 시키신 학생분 몸이 차신가요? 구기자는 말씀드렸듯이 몸이 차신 분들이 장기적으로 드시면 좋지 않거든요.”
“아뇨! 우린 아직 학생이라 워낙 열혈이니까요! 히힛.”
“까하핫. 에이, 야! ” 여학생은 말을 꺼낸 친구를 툭 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뭐, 어때? 그냥 우리 여기서 마시고 갈까?”
“어, 나도 그러려고. 그나저나 나 주인 아저씨.. 아니 주인 오빠가 맞겠다. 오빠가 말씀하실 때 완전 소름 돋았어.”
“녹차 시키신 손님은 저희 집은 전통방식인 떡차와 가루차, 잎차 모두 취급하고 있습니다. 재료는 전부 차를 재배하는 지방 현지에서 가져온 거고요. 떡차는 익힌 찻잎을 찧어서 떡처럼 만든 차라 우려내는 게 아니라 끊여내는 방식으로 나오고 가루차는 조선 시대 때 쇠퇴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방식인 떡차를 가루 내는 방식으로 만들고요. 잎차는 차나무의 잎을 볶아내거나 발효시키거나 쪄내면서 찻잎을 그 모양 그대도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한 후 우려내는 방식으로 내놓죠.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방식으로 드릴까요?”
비교적 최근 날짜가 새겨져 있는 차나무들 뒤에서 찍은 사진을 농장 주소와 유통기한까지 같이 보여주며 설명하자 두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와. 진짜 현지에서 가져오신 거예요? 쩐다. 그리고 생각 외로 좀 세세하고 복잡한데도 묘하게 뭔가 있어 보이긴 하네요. 으, 잎차로 해주세요. 주인 오빠! 저는 현금으로 계산할게요.”
영영은 주문을 기록하며 말했다.
“네. 각자 차에 서비스로 라테아트 추가해드릴까요?”
그 말에 두 여학생은 당황하며 말했다.
“네? 라테아트요? 여긴 그런 것도 해줘요?”
영영이 뒤에 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여주자 여학생들은 감탄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녹차는 차 위에다가 우유 거품으로 그려내 드릴게요. 구기차도 입체적인 모양으로 위에 올려드리면 되니까요. 어떤 그림을 원하세요?”
“어, 난 하트! 하트가 가장 무난하니까요.”
“오빠! 전 곰돌이!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운 곰돌이로 해주세요.”
“차가 많이 쓰시면 이 옆에 시럽 대신 조청이 있으니까 본 맛에 간섭 안 할정도로 조금만 넣어 드시면 되세요. 꿀은 본래 들어가는 떡수단[각주:2]이나 원소병 같이 완전히 꿀물인 걸 제외하면 꿀 내에 많이 든 철분 성분이 차의 타닌 성분과 결합하면서 인체가 흡수하지 못하는 타닌산철이 되기 때문에 저희 집은 달게 마시려고 차에 무언가를 넣을 땐 조청을 씁니다.”
“음, 뭔가 말씀이 복잡하고 어렵기는 한데 뭐가 좋고 안 좋은지는 확실히 알겠어요. 그럼 저기 여기 보이는 약과 2개도 주세요. 메신저로 애들한테 이쪽으로 오라고 해야겠다.”
“우리 자리 어디로 할까?”
“더 오실 분들 있으시면 빈방이 생기는 즉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방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혜미는 손님들을 의식해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안내해주었고 영영은 여학생들이 주문한 내용을 듣고 부엌에서 차통을 꺼내서 차를 끓일 준비를 하고 일을 마친 혜미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이건 뭐에요?”
그가 든 차 통을 본 혜미가 말했다.
“말린 찻잎이에요.”
헤미는 손에 쥔 차 통 안에 든 마른 찻잎을 지긋이 살펴보았다.
“꼭 나 같네요.”
‘晴朗(청랑)’이라는 한자가 잘 보이게 찻잔을 꺼내놓은 영영이 추출기를 작동시키면서 묻자 그녀가 무덤덤한 얼굴로 한쪽 손으로 턱을 괴었고 다른 손은 찻잎이 잘 보이게 차 통을 들면서 말했다.
“한때는 바람과 햇빛을 받으면서 생기 돋았었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네요.”
영영은 물을 끓이면서 나지막이 대답했다.
“하지만 잘 마른 찻잎일수록 깊고 담백한 맛이 우러나오죠.”
혜미는 말없이 영영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차 통을 건네주었고 잠시 후, 차와 다과 주문을 끝내고 들어가려던 그가 자신의 휴대폰이 울리자 카운터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너 나 몰랑마씸? (너 나 모르느냐?)”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싶어 폰의 화면을 보고 지역번호가 064인걸 확인한 그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혹시 김 씨 할머니세요?”
“맞아부난, (맞아)”
영영은 차를 달이고 약과를 반죽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세요?”
“무사? 뭐 마씸? 니 오널 표창장 받아부란 고럼쩌 게.” (왜 그러냐? 너 오늘 표창장 받아서 그렇지.)
“네, 맞아요. 오늘 받았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살다보니 난데없이 이런 일도 있네요.”
“거 울 사름들도 추천핸마씸. (그거 우리 사람들도 추천했다.)”
“아니, 제가 뭘 했다고요.”
“무사마씸? 니캉 우리고튼 농시짓는 할망 하루방 찾안 다 돈 더 줍고 삽지 아나시니게. 니 가게영 이쪽쩌 유명햅서. (왜 그러는데? 너하고 우리 같은 농사짓는 할머니 할아버지 찾아가 돈 더 주고 사가지 않았느냐. 네 가게는 이쪽에서 유명했어.)”
“왜 그러셨어요.”
“무사? 지난달 태풍와부난 울 왓에 있던 오미자영 뭐영 다 털어지고 피해입었시니게, 너 와부난 도와주지 않았수꽝.(왜? 지난달 태풍 와서 우리 밭에 있던 오미자나 뭐 같은 거 다 떨어지고 피해였잖아. 너 와서 도와주지 않았니.)”
“아, 저번 7~8월에요.”
“못쓰는거영 니가 묻어주고 남은거영 니가 돈 더줘불고 사줘시니 얼메나 고맙젠 모르수꽝. 경허여도 다른 사름들이엉 니가 육지 전곡 돌명 도와줬다했시니 니영 7, 8월 여름내냥 장사 종춰시지 않았수꽝게. 너영 폭싹 속았수다. 여그 섬이영 할망은 못나가부난 육지랑 섬사름들 몬딱 모아랑 노프신데 소식 올려시니 조그망헌거 곱들럭하게 받음서. 이 할망 전화다해부난 더 할말없엉마씸. 끊음저게. (못 쓰는 거는 네가 묻어주고 남은 거는 네가 돈 더 주고 사주니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네가 본토 전국 돌면서 도와줬다고 하니까 네가 7, 8월 여름내 장사 망치지 않았니. 네가 정말 수고 많았다. 여긴 섬이라 할머니는 못 나가니까 본토랑 섬의 사람들 모두 모여서 높으신 데 소식 올렸으니까 작은 거지만 곱게 받아라. 이 할머니는 전화 다 했으니까 더 할 말이 없다. 끊는다.)”
전화가 끊어지자, 영영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무의식중에 한쪽 손으로 자신이 뭘 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와서 아래를 보자 저번처럼 핸드 드립을 할 때 쓰던 수동형 원두 분쇄기의 손잡이가 자신의 한 손에 잡혀 있었고 내용물도 맨 앞쪽에 있던 차 통에 들어있었던 말린 오미자들이 가루처럼 곱게 갈려있었다.
영영은 자신을 책망하면서도 괜찮다는 듯 다른 빈 통에 곱게 갈린 가루들을 담으며 말했다.
“뭐, 이렇게 된 거 떡이나 쿠키 같은 디저트나 데코레이션같이 어디든 쓸데에 쓰면 되겠지.”
차 통의 뚜껑을 닫은 후 오미자 차 통에 있던 유통기한을 그대로 따라 적은 영영이 미소를 지으며 통을 두고서 스팀 오븐에 약과를 굽다가 전화 한 통이 더 오자,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이고, 영영아. 인터넷 뉴스로 소식 알았다. 요즘은 기사가 짧지만 빨리 올라오네. 진짜 축하한다.”
“어, 윤 형, 아직 황기 재고 남아있는데요?”
“어허, 물장사하는 다방 주인이 능청스럽기는. 너의 시치미는 여전하구만.”
영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의 시치미야 유명했지. 근데 물장사는 또 뭐고 다방이라니... 카페라니까 카페. 하긴 이 형이 약장사라고 안하는 것도 어디야.”
“좀 큰 다방이 카페지! 그리고 네가 손님들 살살 꼬드기는게 순 약장수면서,흐흐 나름 도시물 좀 먹었다고 그러냐? 크하핫. 그리고 말야! 아는 어르신들에게 들었는데 너 여름 후일담도 유명하던만. 네 거래처인 전국 각지의 차밭과 한약재 밭들이 이번에 태풍으로 출하되기 전 작살이 났는데 네가 가서 썩고 못 쓰게 된 거 폐기하고 복구하는 작업 다 도와주는 것도 모자라서 팔 수 있는 것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줬다면서. 결국, 가게는 여름이 지나갈 때쯤 열었다며?”
“뭐, 그 전달인 6월에는 열었잖아. 9월에도 열었으니 정확히 7월에서 8월 말 때 쯤이지. 손해가 막심하긴 했지만 어디 그 분들 먹고사시려면 유통업자 말고도 소비자와 만나셔야 하는데 솔직히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게 나잖아. 형을 포함해서 그분들이 내 고객분들이라 챙겨드리고 있는 내가 먼저 망할 순 없지 않겠어?”
“그래, 임마. 지지리도 고마운시키, 고마워서 그러는데 여기 여자라도 소개시켜 줄까?”
"이 형 또 왜 이래. 크크, 됐네요! 아직 한창인 내가 아까워. 내가."
윤 형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임마, 그럼 사람 말좀 진지하게 들어. 이제 이 형도 진지하게 말할러니까. 너 상, 그거 오해마라. 내가 그전에도 말했지만, 갑자기 된 건 아니고 도움 받은 사람들이 8월부터 제일 위인 식약처 말고도 니네 지역 식약청이랑 네가 사는 곳 지방자치제에 계속 애써가며 민원 넣고 칭찬한 것 중에 겨우 하나 된 거니까. 근데 그 때 너 정말 독한 녀석이더라. 손해 더 크게 보는거 다 감안하고 돕겠다고 사들이고 복구 작업 할때 잡일도 도와주고 피해 입은 집에 민폐 끼칠까 봐 하루 세끼를 저렴하게 때웠냐. 누가 보상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야. 활동반경도 전국구인데 호기도 독기도 전국구 에이스급이다. 인마. 줬던 황기라도 씹어 먹지 재료라서 아까웠냐?”
영영은 완성된 약과를 접시에 담고 차를 찻잔에 담아 내오면서 말했다.
“형, 나 이젠 바빠져서 손 두 개 써야 하다 보니 전화기 못 잡아서 말이야. 나중에 더 통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땐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렇게 지냈던 거고, 그리고 자꾸 이야기하는 거지만, 공급처에 고객분들이 있어야 나도 먹고사니까 도운건데 뭘 그렇게 큰 의미를 둬. 부담스럽게."
"민폐 안 주려고 니 차에서 잤던 애가 할 말은 아닌데. 도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게 그러고도 몸이 성했냐?" "군대에서 2년 내내 강제로 야영하고 다닌 사람인데 뭐. 눈 딱 감고 몇 달 고생한거지.”
“얌마! 그래도 군대는 국가에서 보급을 받아! 하여튼, 고맙다. 정말 고마워서 우리 같은 뭣도 안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주려고 청탁한 거니까. 니네 가게 이름 높이면서 망하지 말고 많이 팔고 많이 사줘. 기특함이 갸륵한 시키. 이번에 황기 주문할 땐 찾아와! 저녁이랑 주유비 줄게. 현찰 박치기로.”
“알았어. 형, 황기 잘 키워, 언제나 내가 찜해 놓은 건 최상품이니까.”
그가 전화를 끊고 여학생들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웃으면서 차와 약과를 놓고 나오자, 혜미가 말을 걸었다.
“인기가 많으시네요?”
“워낙 찾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예전부터 화술을 강조했는데 이젠 잘하시는 것 같네요.”
“원래 그런 스타일이다 보니.”
혜미는 영영이 겸연쩍은 듯 웃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 말에는 특징이 있어요. 사람들은 무언가를 팔 때 팔려고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소비자가 사고 싶지 않아질 만한 나쁜 점, 안 좋은 점은 그 무언가에 적힌 주의사항을 참고하라고 강조할 뿐 축소하는 경향도 있거든요. 하지만 아저씨는 차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부작용, 맞는 체질이 따로 있음을 알려주잖아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한약 성분이라서 몸이 안 받아주는데 마셨다간.”
“네, 고소한 소송이라도 드실까봐 걱정되시죠? 후후 농담이고요. 사실 그 점에서 소비하는 입장은 뭔가 귀찮아 보여도 진정성과 함께 판매자가 정말 자신을 위해준다는 배려를 느끼게 돼요. 이게 엄청나게 좋은 거다 해서 무심코 사거나 걱정돼서 사게 되는 것이 아닌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믿음과 정말 나를 생각해주는 서비스에 집중하게 되면서 신뢰가 생기는 거죠.”
혜미는 서로 떠들면서 차와 약과를 먹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번 온 손님이 다신 안 오는 경우는 없나요?”
“거의, 오셨던 분은 자주 찾으시더라고요. 중년 손님들은 여기서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앉아 차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화체험처럼 대화가 늘어서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학생들은 뭔가 퓨전이 된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시험공부와 더불어 건강생각해서 몸에 좋다고 오기도 해요. 자꾸 제한시간이 되었는데도 방에서 안나오는 거랑 가격이 걸리시는지 머뭇거리는 점만 빼면 뭐.”
“거봐요. 그런 분들이 단골되시면 살짝 할인해줘요.”
영영은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자 혜미에게 양해를 구하며 전화를 받았다.
“잠시만요, 오늘 따라 전화가 빗발치네. 네, 여보세요.”
“'Trend Goods Shop'지의 최영희 수석기자에요. 잘 지내셨어요? 무림일검 사장님."
“네, 웬일이세요. 최 기자님.”
“저번과는 다르게 전화를 받으셔서 정말 다행이예요. 이번에 웹에서 최신 기사들을 감독하다가 희소식을 봐서요. 표창 받으신 거 축하드리고 찍힌 사진들을 보니 메뉴가 더 다양해지셨던데, 이 부분에 있어서 추가기사를 실어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취재를 들어가 보려고요. 부담되시지 않는다면 편집부에서 빠르게 승인 받아서 가까운 시일안에 다시 방문 드려도 되죠?”
“네. 그러세요.”
“다른 매체에서도 취재가 많이 들어가서 편집부에서도 신경쓰고 있으니 결정되면 바로 전화하고 방문 드릴게요. 이번에도 사장님의 가게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요. 다시 한 번 축하해요. 가게 번성하시고 건승하세요.”
영영은 전화가 끊어지자 잠깐 가만히 멈춰 서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혜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오늘 밤에는 일 없어요?”혜미가 영영대신 손님의 주문을 받고 나서 대답했다.
“일단 대추차 한 잔 테이크아웃 주문 받으시고, 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없는데요.”
“그럼 계속 있어줄 수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네, 뭐, 그러세요.”
혜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에 열중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그녀가 시험과 일로 바쁜 와중에서 그나마 쉬는 날인데 여기로 왔다는 사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며 다시 차를 만드는 데 열중했다.